(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23일 초대형 IB(투자은행)의 신용공여 고객이 은행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영역 싸움 논란에 선을 그었다.

황 회장은 이날 금투협에서 열린 '증권회사 국내외 균형발전 방안' 기자간담회에서 "일각에서는 초대형 IB의 대출 규모가 어마어마해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들이 기업금융에 쓰겠다는 자금은 5조~6조원에 불과하다"며 "이는 5대 대형은행 기업금융 금액과 비교해 매우 적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이 금액으로 은행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증권사와 은행이 다루는 고객이 다르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 당국은 초대형 IB의 발행 어음 인가 관련 안건을 지난주 증권선물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었으나 다음 달 1일로 연기한 바 있다. 초대형 IB 출범을 앞두고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혁신위원회, 은행연합회 등에서 잇달아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이다.

황영기 회장은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 우량 기업은 주로 은행과 거래하고, 이들은 주로 담보 대출을 한다"며 "증권사에서 대출을 하겠다는 곳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회사로 사업성 등은 있지만 담보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편 황영기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합법적이었다고 진단하며 인수합병(M&A) 합병 가격을 자율적으로 산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현재 미국이나 일본은 M&A를 할 때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자유롭게 가격을 정하지만, 국내에서는 자본시장법에 근거한 가격으로만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법에 따라서 합병가액을 하다 보니까 상식과 어긋나는 일들이 발생한다"며 "미국, 영국이나 일본처럼 이사회에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부여하고 이들이 회사 이익을 위해 주주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합병 조건, 비율 등을 결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합병 비율을 법으로 정했기 때문에 '합병 비율이 이상하다' 또는 '부당한 합병 비율에 동의했다' 등의 논란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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