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연준이 '필립스곡선'에 기반을 둔 선제 물가 조치로 금리를 인상한 것이 매우 문제가 있다며 다섯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16일 본인의 블로그에 "'물가라는 눈동자에서 흰자를 볼 정도로 확신이 들었을 때 쏴라'라는 패러다임을 따르는 게 더 낫다"며 이 패러다임이 침체 위험을 줄이고 이중책무 달성도 만족스럽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서머스의 칼럼 내용이다.



◇ 연준, 시장에서 신뢰받지 않고 있다

우선, 연준의 점도표는 앞으로 18개월간 네 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지만, 시장은 두 번 이하만을 기대하고 있다. '도표1'은 연준이 지난 몇 년간 매우 비현실적이었음을 보여준다.





<도표1, 연준 점도표>



또 몇 가지 주의할 사항이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점도표에서 중앙값이 아니며 비대칭의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아울러 점도표는 미래 시나리오의 평균이 아니라 가장 그럴듯한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만일 옐런 의장이 연준 전체보다 더 비둘기 성향이 강하다면 이 두 요소는 연준의 전망을 과장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장 전망은 평균적으로 만기가 길수록 높아지는 프리미엄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연준 정책에 대한 시장 기대가 위쪽으로 편향돼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진실은 물가 상승이 주요 위험이라는 연준의 견해에 시장이 공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은 연준이 물가 목표 2% 달성을 할 것으로 믿지 않고 있다. '도표2'는 물가연동국채나 스와프 시장 어느 것도 앞으로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2%의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도표2, 시장의 물가 기대>



◇ 연준 2% 물가 목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연준은 정기적으로 물가 목표 2% 달성을 주장하고 있다. 경기 회복은 영원히 지속하지 않으며 침체가 올 때 물가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연준은 실업률이 물가안정실업률(NAIRU)에 대한 그들의 추정치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만으로 경기 회복이 11년째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2% 물가 달성을 전망하는 것일까. 더군다나 이런 전망은 물가 목표 달성 실패가 10년을 완전히 채운 후에도 지속하고 있다. '도표3'에서 보듯이, 근원 PCE 가격지수는 지난 10년간 연준의 목표 수준보다 4.3% 아래 있다.







<도표3, 근원 PCE 가격지수의 실제와 목표차이>



따라서 정책은 다음 침체기 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호황기 동안 목표 물가가 2.3%나 2.5%로 완만하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으로 설계된다. 더 높은 물가 목표치는 현재 계획된 것보다 정책을 더 수월하게 실행할 수 있게 한다.



◇ 연준, 물가 전망을 제대로 못 한다.

셋째, 선제공격은 정확하게 위협을 판단할 능력에 달렸다. 진실은 우리는 물가가 언제 오를 것인지 판단할 능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필립스곡선은 많아 봐야 지난 25년 동안에만 경제지표에 나타난다. 그리고 스테이거, 스탁, 왓슨이 몇 년 전에 시현했듯이, NAIRU는 극단적으로 부정확하게 추정될 뿐이다.

어떤 점에서 이런 것들은 이론적인 주장 같아 보인다. 그러나 지난 몇 달 동안 헤드라인과 근원 물가는 시장과 설문에서 조사된 물가 기대를 따라 내렸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1월 연율 2.5% 상승에서 1.9% 상승으로 상승폭이 낮아졌다. 이에 따라 물가 기대도 0.2~0.3% 떨어졌다. 이런 행동은 연준의 모델과 정면 배치된다.







<도표4, 물가 지표와 물가 기대가 떨어지고 있다>



물가와 물가 기대가 목표치 밑에 있고, 떨어지고 있다는 상황에서는 물가가 목표보다 위에 있다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보더라도 선제로 조치에 나설 근거는 거의 없는 셈이 된다.



◇ 2%의 금리 수준 경기 팽창적이지 않다.

넷째, 내가 불경기에 대한 지난 글들에서 강조해왔듯이 현재 금리 수준은 저축성향을 높이고, 투자 성향을 낮추는 구조적인 힘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 과거에 것보다 훨씬 덜 경기 팽창적이다.

2%의 연방기금금리 수준이 특히 최근 환경에서 경기 팽창적인 수준이라고 나는 확신하지 못한다. 그리고 연준이 실수로 경기를 침체로 빠지게 한다면 제로(0)(아마도 마이너스(-)일 수도 있는) 금리 수준도 정상적인 경기반응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 연준, 물가 상승 확인될 때만 움직여라.

다섯째, '눈동자의 흰자(whites of their eyes)'를 확인하는 패러다임은 연준이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것의 포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단순하게 우리의 목표는 물가가 장기적으로 평균 2% 정도일 것을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필요할 할 뿐이다. 그리고 물가가 지속성을 보이기는 하지만 물가를 전망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도 있다.

이런 원칙들을 내재화한 후에 연준이 금리 전망을 시장 수준으로 낮추게 되면 더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물가가 목표에 근접하고, 고용과 생산이 더 나아질 여지를 갖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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