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의 경우 합병 과정에서 불공정 거래와 공시 위반 소지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합병 상장심사를 청구한 일부 스팩의 경우 두 달 전부터 주가 급등락이 포착돼 일각에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소지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하나머스트4호스팩이 교육용 로봇 제조업체인 (주)로보로보와, 14일에는 하나머스트5호스팩이 동물용 사료 제조업체인 (주)미래자원엠엘과 합병을 위한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했다.

하나머스트스팩 3호, 4호, 5호의 주가가 나란히 급등락을 오간 것은 지난 3월부터다. 3월 16일 세 개 스팩이 급등세를 연출한 데 이어 다음날인 17일에는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 이전까지 주가 등락 폭이 마이너스(-) 1%에서 플러스(+) 3% 내외에 불과했던 점과 비교해 볼 때 주가 변동이 현저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즉각적으로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세 개 스팩 모두 "별도로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석연찮은 주가 급등락은 계속됐다. 16일부터 시작된 주가 변동은 상한가와 폭락을 거듭하며 3월 말까지 계속됐고, 4월 중순경에는 다시 세 스팩의 주가가 나란히 25% 이상의 높은 상승 폭을 나타내기도 했다.

스팩은 증권사가 기업 인수·합병을 위해 만드는 페이퍼 컴퍼니인 기업인수목적회사를 의미한다. 스팩이 우량기업과 합병할 경우 주가 상승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이러한 특성 탓에 합병 기업이 확정되기 전까지 스팩 주가는 공모가인 2천원 내외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머스트 스팩 등이 특별한 동인이 없다고 밝힌 이후에도 주가가 4천원 수준까지 급등했고, 이에 과거 사례를 기억하는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불공정 거래 의혹도 제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모 우량기업과 ○증권사 스팩이 합병한다더라'는 소문이 돌면 몇 호 스팩과 합병하는지가 불분명하므로 모든 스팩이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내고는 한다"며 "미공개 정보에 대한 우려는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래에셋제2호스팩과 합병한 콜마비엔에이치를 둘러싸고 불공정 거래 혐의가 포착된 바 있다. 콜마비엔에이치의 임원과 주주 등이 합병소식을 미리 알고 스팩 주식을 대거 사들인 후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명목으로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급등한 스팩에 개인 투자자들이 몰렸는데 증권사나 비상장사 관계자들보다 정보가 부족해 피해를 볼 여지가 크다"며 "내부 관계자들이 법을 피해 비공식적으로 투자를 권유하는 것까지 감독하기 힘들기 때문에 급격한 주가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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