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가격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비둘기 성향을 잇달아 보인 영향으로 전구간에서 올랐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2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9bp 내린 2.322%에서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8bp 하락한 1.735%에서 움직였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1bp 낮은 2.741%에서 거래됐다.

채권 가격은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다음날 추수감사절 휴장을 앞두고 엇갈린 경제지표가 발표된 가운데 보합세로 출발했다.

전일 국채가는 경제지표 호조에도 장기물은 오르고, 단기물은 내려 최근의 혼조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금리 전략가들은 다음날 추수감사절 휴장을 앞두고 시장 움직임이 크지 않아 보인다며 이날 오후에 발표되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향후 연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하게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탠더드뱅크의 스티븐 배로우 외환 및 금리 전략가는 11월 FOMC는 정책 변화를 안 보여줬다며 자산 축소는 이미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관련 논의가 의사록에 나온다고 해도 시장에 영향이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일 장 마감 후 등장한 재닛 옐런 연준 의장 발언은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됐다.

옐런 의장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에서 "낮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요인 때문일 가능성이 크지만 확실하지는 않다"며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더 고질적이거나 지속적인 뭔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옐런은 또 물가가 부진하다면 금리를 계속 올리면서 정상화하는 자극이 명백하게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된 지표는 혼재됐지만 국채가는 내구재수주가 뜻밖으로 줄어든 영향으로 반등했다.

지난 18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청구자수가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줄면서 고용시장 호조가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보였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1만3천 명 감소한 23만9천 명(계절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는 24만 명이었다.

플란테 모란 파이낸셜 어드바이저의 짐 베어드 최고투자책임자는 "실업보험청구자 수는 고용시장이 상당히 작았던 1970년 이후 가장 긴 기간인 142주째 30만 명을 밑돌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미국의 내구재(3년 이상 사용 가능 제품) 수주가 지난 두 달간의 강한 증가세에서 반락했다.

미 상무부는 10월 내구재수주 실적이 전월 대비 1.2%(계절 조정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WSJ 조사치 0.2% 증가를 밑돈 것이다.

내구재수주는 9월에 전월비 2.2%, 올해 들어 10개월간 전년비 4.9% 늘었다.

10월 항공기와 국방을 제외한 핵심자본재 수주는 전달 2.1% 증가에서 0.5% 감소로 돌아섰다. 1년 내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핵심자본재 수주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전년 대비 4.4% 늘었다.

10월 핵심자본재 출하는 0.4% 늘었다. 9개월 연속 증가다. 전월에는 1.2% 증가했다. 핵심자본재 출하는 국내총생산(GDP)에 반영되는 수치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앤드류 헌터 경제학자는 "결론은 2분기와 3분기 거의 연율 9%의 빠른 성장세로 확장한 이후에 장비 투자가 4분기에도 또 다른 강한 성장경로에 있다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린제이그룹의 피터 부크바는 "자본 지출은 여전히 다소 부진하다"며 "하지만 즉각적인 법인세율 인하를 담은 세제개편안이 통과된다면 최근 나타난 개선세가 지속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부크바는 "솔직히 아직 미 경제는 허리케인 후의 반등을 보여주고 있고, 특히 재고 분야에서는 그렇다"며 "그래서 내년까지 기저 추세가 더 좋아지는 것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11월 미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전달 대비 하락했지만, 월가 예상치는 웃돌았다.

미시간대에 따르면 11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최종치는 전월 100.7에서 98.5로 내렸다. 이는 13년 사이 두 번째로 높다. 13년내 가장 높은 수치는 전월 수치다. WSJ 전망 집계치는 98.0이었다. 앞서 나온 예비치는 97.8이었다.

향후 12개월 동안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전월의 2.4%에서 2.5%로 높아졌다. 예비치는 2.6%였다. 5-10년 동안 기대 인플레율은 전월의 2.5%에서 2.4%로 낮아졌다. 예비치는 2.5%였다.

미시간대 소비자서베이 부문 디렉터 리처드 커틴은 "경기 주기의 정점에 도달하고 있고, 고령화 세대가 늘어나서 미래 경기 추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언론의 진단과 달리 소비자들은 소득, 고용, 물가에 대해서 더 확신에 찬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 하락에다 의사록도 비둘기 성향으로 해석돼 추가 상승했다.

11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은 단기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지만, 지속해서 낮은 물가 수준은 내년에 예상보다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진행된 FOMC 회의에서 연준 위원들의 금리 인상에 대한 어조는 9월 회의 때보다 모호해진 것으로 평가됐다.

이달 많은 연준 위원들은 "단기적인 시일 내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지만 지난 9월 회의에서는 "올해 말"쯤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는 등 좀 더 명확한 시기를 언급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수석 경제학자는 "비둘기 성향 연준 위원들은 물가 기대가 계속 낮아질 수 있음을 우려했지만, 매파 위원들은 금융 불안정성을 우려했다"고 지적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제니퍼 리 선임 경제학자는 "모든 FOMC 위원들은 지난 회의에서 12월 금리 인상에 동의했지만 그들의 눈은 더 높은 물가 압력에 대한 신호를 찾으려고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CIB 아메리카의 조셉 라보그나 수석 경제학자는 의사록은 옅은 색조의 비둘기색을 보이고 있다며 고위 연준 위원들은 핏기없는 물가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키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몇몇 연준 위원들은 자산 가치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자산 가치 상승과 금융시장 요동성이 낮은 데 대해 금융시장 불균형 구축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후 자산 가격의 급격한 역전이 경제에 충격을 가할 수 있음을 걱정했다.

전략가들은 공화당의 세제개편안 의회 통과 여부를 주목했다.

브랜디와인 글로벌의 아누지트 사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국채수익률이 횡보한다는 사실은 세계적으로 거대한 양적 완화정책이 계속된다는 증거이다"라며 "연준이 심지어 자산 축소에 나섰음에도 유럽 등 중앙은행들은 채권 매입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해, 선진국 채권 수익률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린은 국채시장을 흔들 수 있는 한 가지는 상원이 다음 주 표결을 할 것으로 보이는 세제안이라며 하지만 시장 영향은 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세제안의 통과는 연방 정부 적자와 국채 발행을 늘리게 돼, 국채수익률 상승 재료로 인식되고 있다.

사린은 "시장은 세제안이 통과될지에 대해서 의심하고 있다"며 또 "현재의 세제안 내용은 채권 수익률을 극적으로 크게 끌어올리지 못하고, 보통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상승을 초래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libert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