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역대 최대 실적과 민영화. 남들이 풀지 못한 두 가지 숙원사업을 해내며 '민선 1기' 행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취임 9개월 만에 씁쓸히 물러났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던 우리은행 채용비리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당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우리은행이 주요 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등 16명을 신입 행원으로 특혜 채용했다고 폭로했다.

파장은 컸다. 금융권은 물론 공공기관, 기업까지 채용비리 논란이 확산하며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이에 이 행장은 도의적인 책임을 진다는 취지에서 물러났다.

조용한 성격의 이 행장은 영업에서만큼은 남다른 추진력을 자랑했다. 그는 시중은행장 중에서도 직접 발로 뛰는 '영업통'으로 유명했다.

'조용한 해결사 K9'으로 불리던 별명에는 그의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취임 직후 그는 집무차 번호를 1899에서 1050으로 바꿨다. 아시아 시장 10위, 글로벌 시장 50위 은행이라는 경영 목표를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다.

이 행장은 2014년 연말 취임 당시 2년 안에 민영화를 하겠다며 그간 3년이던 행장 임기를 2년으로 줄였다.

취임 이듬해는 당기순이익 1조 원 시대도 열었다. 지난해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던 지분 29.7%를 매각하는 데 성공하며 그는 민영화 일등공신이 됐다.

연임에 성공한 이후에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갔다.

더디게 진행되는 정부의 잔여지분 매각과 별도로 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수시로 직원들에게 임기 내 지주사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고 한다. 완전한 민영화의 끝은 이전 지주사 체제로의 복귀라는 게 이 행장의 평소 생각이었다.

만약 지주사 전환에 성공한다면 우리금융지주 회장 공모에 도전하겠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주사로 도약한 데 책임을 지고 싶다는 의미에서다.

이 행장은 사임 의사를 밝히며 못다 이룬 지주사 전환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완전한 민영화의 끝은 지주사 체제로의 복귀라고 생각했던 그는 그렇게 꿈을 접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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