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금융위기 이후 외국계 증권사는 규모를 축소하며 임원 수도 감소했다. 이와 반대로 국내 증권사의 임원은 꾸준히 늘어나 전체 임원수가 천명을 넘어섰다. 늘어난 숫자만큼 임원 한 명 당 직원 수도 급감해 국내사의 '임원 비대화'가 뚜렷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국내 36개 증권사(폐업 회사 포함)의 임원 수는 꾸준히 증가해 1분기 말을 기준으로 1천명을 넘어섰다. 반면 21개 외국계 증권사 임원 수는 지속해서 줄어들어 70명에 그쳤다.

등기 및 비등기 임원, 감사를 포함한 국내 증권사의 임원 수는 유럽발 금융위기로 업황이 주춤했던 2013년부터 2014년 사이 감소세를 나타냈으나 2015년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최근 수년간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의 합종연횡이 이뤄졌다. 조직을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공동 대표 등의 체제를 유지했고 이들을 중심으로 임원 수가 많이 늘어났다.

이와 대조적으로 외국계 증권사의 임원 수는 2012년 이후 계속해서 감소했다. 2011년 말 100명을 나타냈던 외국계 임원 수는 2016년 말 기준으로는 69명,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는 7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분기 CIMB증권, UBS증권 등에서 임원이 한 명씩 늘어났고 BNP파리바증권에서는 한 명이 줄었다. 이에 올해 1분기 숫자는 지난해 말보다 증가했으나 연간 수치로 볼 때 감소 트렌드는 유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년간 외국계 증권사의 철수와 축소가 이뤄지며 임원 수도 이에 비례해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지난 2013년 말 260개를 넘어섰던 외국계 본부부서의 숫자는 현재 230개 수준으로 위축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한국 비즈니스 자체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며 "번 돈을 모두 본사에 배당으로 지급하는 등 재투자 의지도 없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BNP파리바증권, 도이치증권, 크레딧스위스증권 등 주요 외국계의 결산 배당성향은 90%를 넘어섰다. 이는 100만원을 벌었다고 가정할 때 이 중 90만원을 모두 본사로 송금했다는 의미이다.

국내사와 외국계의 행보가 엇갈리며 임원 한 명이 거느린 직원 수에는 간극이 생겼다. 4년 전 국내 증권사 임원 한 명당 직원 수는 45명이었으나 현재는 35명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외국계의 경우 수년째 임원 한 명당 직원 수가 2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증권사의 임원 조직이 팽창하며 이에 비례해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조직의 활력은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들은 일부 분야를 빼고서는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며 "많은 외국계가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어 효율성 측면에서 더 낫다고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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