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오랜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강자로 군림하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명성이 퇴색했다. 이에 한투운용은 파격적 인사 등으로 주식명가 재건을 위한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 말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신규 선임한 데 이어, 파격적인 내부 인사를 단행했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신운용의 이번 인사의 핵심이 '주식 부활'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주식형 펀드에서만 자금이 1조5천억원 이상 썰물처럼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연말 금융지주 인사를 통해 양해만 전 키아라 어드바이저스 대표가 한국투신운용의 새로운 CIO로 임명됐다. 1년 만에 CIO를 변경하는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기존 황보영옥 CIO는 채권만 25년 이상을 담당해 온 채권 전문가였다. 이와 비교해 양해만 CIO는 NH아문디자산운용, 브레인자산운용 등에서 주식 운용을 담당해왔다.

또한, 정상진 주식운용본부 팀장이 부장으로 승진한 것도 깜짝 인사였다. 정 부장은 롱텀 밸류와 거꾸로 펀드를 통해 전통적으로 대형주에 강점을 보여 온 하우스에서 가치주, 중·소형주 투자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기존 주식운용본부를 이끌던 이영석 상무는 운용역은 유지하지만, 실질적인 본부 총괄은 정 부장이 맡게 됐다. 업계에서는 한투운용이 잦은 운용역 등의 변경에 따른 연기금 페널티 부과 등을 의식해 기존 체제를 어느 정도 유지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투신운용의 대표 펀드에서 나란히 자금 이탈이 이어졌다. 삼성그룹주 펀드에서는 4천억원 이상, 한국의힘 펀드 등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갔다.

한때 설정 원본액이 2조원 이상에 달했던 네비게이터 펀드는 올해 들어 책임 운용역이 두 번이나 바뀌는 위기를 맞으며 5천억원 이상의 뭉칫돈이 이탈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내외적으로 위기감도 높아졌다. 지난해 11월 재형네비게이터(채권혼합), 네비게이터아이사랑(주식) 등 일부 네비게이터 시리즈 펀드의 이름을 '한국의힘'으로 바꾼 것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일환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신운용이 지난해 유독 부침을 심하게 겪었다"며 "분위기 쇄신을 위해 내부적으로 전열 정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투신운용이 여러 인사를 단행하며 새롭게 각오를 다지고 있는 듯하다"며 "지난해 월등한 성적을 낸 펀드매니저들은 승진으로 보상을 받는 등 인적 쇄신을 통한 분위기 반전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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