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IBK투자증권이 IB 업계에서 수년 만에 처음으로 '초과배정옵션'을 꺼내 들었다. 발행사의 주가 부진으로 옵션 행사는 불발로 돌아갔지만, 업계에서는 이 제도의 효용성에 주목하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상장한 동양피스톤이 8년여 만에 처음으로 초과배정옵션(그린슈)을 도입했지만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상장 후 줄곧 주가가 공모가를 밑돈 탓이다.

대표 주관사인 IBK투자증권은 초과배정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장내에서 주식을 매입한 뒤 기관 투자자들에게 초과 배정분을 대주주에게 상환했다. 주가 낙폭만큼 차익이 발생했으나 큰 규모는 아니었다.

초과배정옵션은 초과 청약이 있으면 주관사가 발행사로부터 추가로 공모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콜옵션이다. 매매개시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행사할 수 있다.

주관사는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상회하면 콜옵션을 행사해 신주를 취득할 수 있다. 이 신주로 기관 투자자들에 초과 배정된 물량을 해소한다. 이 경우 발행사는 추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옵션 행사를 포기한다. 이 경우 초과 배정된 주식만큼 공모가격의 90%로 시장에서 매입해 청약자에게 배부한다. 초과 배정 물량만큼 주관사가 장내 매수하는 것으로 주가 방어 효과가 있다.

A 증권사 관계자는 "그린슈 옵션은 상장 초기 주가 안정화 기능이 있어, 주가가 하락할 때 투자자 손해를 줄일 수 있다"며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추가 물량을 통해 시세차익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국내 증권사들은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다. 2002년 이 제도가 도입된 후 현재까지 그린슈 계약이 명시된 사례는 40건 정도였고, 이 중 실제로 그린슈 옵션이 행사된 경우는 15건에 그쳤다.

B 증권사 관계자는 "대주주의 지분율 희석 등에 대한 우려감으로 국내에서는 그린슈 옵션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상장 후 주가 관리에 크게 힘을 기울이지 않는 풍토도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주요 증권사 IB의 주가 관리와 시장 조성 활동을 통한 이윤이 전체 IPO 수수료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 증권사 관계자는 "그린슈 옵션은 주가에 자신이 없다는 신호로 비치기도 했으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며 "기관 투자자들이 중·소형주를 적극적으로 편입하는 유인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테슬라 상장 제도의 풋백옵션 등이 증권사에 부담되는데, 그린슈 옵션 등이 인수 위험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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