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연초부터 여의도 증권가에서 낙하산·깜깜이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신의 직장'으로 알려진 한국예탁결제원에서도 노조와 사측의 대립이 거세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예탁결제원은 신임 투자지원본부장의 선임을 두고 노동조합의 반발에 부딪혔다. 노조는 천막 농성에 돌입했고 출근 저지 운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일에는 청와대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예탁결제원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이재호 전 산업은행 자금시장본부장을 투자지원본부장(상무)에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노조 측은 전문성 결여와 절차적 부당함을 이유로 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예탁결제원은 금융위원회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증권가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신의 직장'이지만 낙하산, 고액 연봉으로 존재감을 각인시키고는 했다.

예탁결제원은 거의 매년 '낙하산 인사'를 둘러싸고 내홍을 겪었다. 사장을 포함한 주요 임직원 인사 때마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계속됐다.

이병래 사장 임명 당시에는 낙하산 논란이 거세게 일지는 않았으나, 전임자인 유재훈 사장 재임 기간 내내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지난 2016년에는 서병수 부산시장 보좌관 출신인 김영준 본부장을 임명하면서 노조와의 갈등이 격화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전임 사장의 낙하산 인사가 KSD 나눔재단과 예탁결제원 등에 청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고 노조가 반발한 사례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탁결제원과 같은 기관의 경우 체계가 갖춰져 시스템으로 돌아간다는 이유로 유독 '낙하산'이라고 분류되는 인사가 많이 포착되는 듯하다"며 "금융의 보조분야라는 인식이 이러한 관행을 굳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높은 임금 수준이나 복지도 퇴임 관료들의 재취업 유인을 추가하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예탁결제원은 300여개 주요 공공기관 중 2015년부터 2년 연속 직원 평균 연봉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연봉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미 2위인 한국투자공사보다 1천만원 이상 높은 1억200만원 수준을 연봉 예산으로 책정해 둔 상황이다.

지난해 연말 인사 시즌 이후 금융투자업계 곳곳에서도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IBK투자증권의 경우 박일환 국회 전문위원을 신임 사내이사 겸 상근감사위원으로 선임하면서 잡음이 있었다.

한국거래소도 지난해 이사장 후보 재공모에 나서며 낙하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일부 금융지주계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서는 금투업계 경험이 없는 은행 출신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며 전문성 부족 우려감을 낳았다.

다른 관계자는 "예탁결제원 등의 유관기관은 금융위원회 등 상위기관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퇴임 재무 관료들이 계속해서 임원진으로 임명되고 있어, 업무 차질이나 공백 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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