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국내 금리도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증권사들의 수익성에는 큰 타격이 없을 전망이다. 증권사들이 지난해 채권 비중을 낮추고 듀레이션을 축소하면서 금리 상승에 대비해왔다.

증권사들은 다만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채권을 운용하고자 보유하는 채권 규모가 커 채권 규모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는 모습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대비 채권 보유 비중(잠정치)은 47%로 전년 말 대비 3%포인트 줄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총자산 대비 채권 보유 비중을 낮춘 것은 지난 2016년 말 금리가 급등하며 채권 부문에서 큰 손실을 내고서 채권을 보수적으로 운용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금리는 급등세를 탔다. 국고 3년 금리는 3분기 말 1.24% 수준에서 11월24일 장중 1.811%로 60bp 가까이 치솟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용 평가 대상인 국내 24개 증권사가 이때 채권 부문에서 1천745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채권 보유 규모가 큰 대형 증권사들은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2016년 4분기 국내 53개 증권사의 채권 관련 이익도 25억원으로 떨어졌다. 간신히 손실을 면한 수준으로, 금융감독원이 증권사의 채권 이익을 구분해서 집계한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채권 듀레이션을 줄이는 방식으로도 금리 상승에 대비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채권 보유 상위 10개 증권사의 평균 듀레이션은 지난해 9월 기준 0.52년으로 지난 2016년 6월의 0.84년보다 줄었다.

24조3천억원어치 채권을 보유해 보유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대우가 듀레이션을 1.3년에서 0.8년으로 줄였다. 17조4천억원어치 채권을 보유한 NH투자증권은 0.9년에서 0.5년으로, KB증권(15조2천억원)은 1.9년에서 0.3년으로 축소했다.

신한금융투자(14조1천억원)와 메리츠종금증권(7조3천억원)도 각각 0.7년, 1.2년에서 0.5년, 0.6년으로 줄였다. 대신증권(5조9천억원)은 0.7년에서 0.5년으로, 신영증권(5조1천억원)은 0.5년에서 0.3년으로 축소했다.

삼성증권(20조5천억원)과 한국투자증권(19조2천억원), 하나금융투자(10조2천억원)처럼 듀레이션이 이미 짧은 증권사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보유한 채권의 듀레이션이 짧으면 금리 변동에 따른 증권사의 수익 변동성도 감소한다.

증권사들은 다만 ELS나 RP 상품의 기초자산으로 반드시 채권을 보유해야 해서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 상태다. 증권사의 채권 보유 잔액은 총자산 대비로는 감소했지만 절대 규모는 늘었다.

국내 증권사의 지난해 말 기준 채권 보유 규모(잠정치)는 183조7천억원으로 전년 말 177조3천억원보다 6조4천억원 증가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채권 금리 상승에 따라 평가 손실을 볼 것"이라면서도 "증권사들이 적극적인 듀레이션 관리로 잘 방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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