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정부가 발간한 국채 백서에서 통계 작성상의 오류로 은행과 연기금의 국고채 보유액이 최근 1~2년간 급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간한 '2017년 국채 백서'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국고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관투자자는 은행(291조9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보험이 152조5천억 원, 증권이 56조1천억 원, 투신이 23조3천억 원, 연기금이 13조4천억 원어치의 국고채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부문은 은행의 국고채 보유액이 2016년 176조9천억 원에서 2017년 291조9천억 원으로 115조 원 급증한 것이다.

은행의 국고채 보유 규모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150조 원 안팎 수준에서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채권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는 연기금의 국고채 보유액이 2015년 92조2천억 원에서 2016년 13조 원으로 급감했다는 점이다.

연기금의 국고채 보유 규모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약 80조 원 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은행과 연기금의 국고채 보유액이 최근 1~2년간 크게 변화한 배경에는 통계 작성상의 혼선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기관별 국고채 보유현황 통계를 작성하는데 지난해 국민연금 채권 수탁은행이 국민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기타로 분류됐던 부분이 은행 쪽으로 바뀌면서 은행의 국고채 보유액이 크게 늘어났다.

국민은행은 업종 분류상 기타로 분류됐고, 신한은행은 은행으로 분류된 데 따른 통계상 착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2016년에 연기금의 국고채 보유액이 79조2천억 원 줄고, 기타 업종의 보유액이 96조1천억 원 늘어난 데도 비슷한 메커니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예탁원 측은 이와 관련해 2015년에 연금 보유분으로 분류됐던 국고채 물량이 2016년에 기타 보유분으로 재분류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선 이같은 통계 작성상의 혼선이 정부 발표 자료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특정 부분에서 통계상의 문제가 드러난 만큼 다른 곳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며 "일차적으론 통계 작성 기관의 문제지만, 이를 확인하지 않고 받아 쓴 기재부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 예탁계좌가 어디에 있는지를 분류 기준으로 삼는 등 통계 작성 기준도 적절하지 못하다"며 "보유 주체가 어딘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기관별 국고채 보유액을 따지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탁원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문제가 되는 부분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개선 방향을 찾는다는 입장이다.

예탁원 관계자는 "물량이 큰 몇 개 계좌를 분류하는 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통계 작성 과정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고, 필요하다면 (기존) 통계도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달 14일 정부의 국고채 발행방향, 주요 추진정책, 월별 국고채 시장동향 등을 주요 통계와 함께 실은 '국채 2017'을 발간했다. 국채 백서 발간은 2012년 이후 네 번째다.

기재부는 우리나라 국채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도와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영문판(Korea Treasury Bond 2017)도 발간할 예정이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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