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바이오업종 대어가 국내가 아닌 해외 증시 상장을 선택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금융투자업계의 고민이 깊어졌다. 일각에서는 심각한 국부 유출로 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업종 대어가 코스닥이 아닌 나스닥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거래소 등 업계의 고민이 깊어졌다.

최근 SK바이오팜은 내년께 나스닥에 직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시기는 확정하지 않았으나, 신약 라인업이 미국 시장을 목표로 하는 점을 고려해 나스닥을 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내부적으로 나스닥 상장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당장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를 택한 것과는 달리 나스닥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바이오 대어들이 해외 증시를 택하며 한국거래소도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다.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코스피에 상장하게 하는 데도 험난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본부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지난해 카카오와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데 이어, 대어급 종목의 유치도 힘겨운 상황이다. 이대로 '코스피 2부 리그'로 굳어질 것이라는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한국 증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명분에 따라 국내 시장을 택했다"며 "꼭 해외 증시로 가야 한다면 국내 상장 후 DR(주식예탁증서) 형태로도 갈 수 있는 등 방법은 많다"고 덧붙였다.

거래소는 상장과 유지 비용, 공시 부담 등의 요인을 들어, 기업들을 회유하고 있다. 실제로 SK바이오팜 등이 나스닥에 상장하면 150억원의 비용이 예상되나, 코스닥의 경우 이 금액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정보 이용 등 접근성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해외 증시를 택하는 데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불만도 높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우량기업이 그간의 성장 과실을 국내 투자자들과 나눌 기회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며 "코스닥 활성화 등 증시 부양을 위해 힘쓰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나스닥이 아닌 국내 상장으로 선회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가져간 소득(투자 수익 등)이 단순 계산해도 5조5천억원에 이른다"며 "성장 과실을 국내 투자자들과 공유하지 않는다는 건 국부 유출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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