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130조 원이 넘는 국내 주식 자산을 보유한 '큰 손' 국민연금의 행보가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공식화하고, 배당 정책을 강화하는 등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15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반대 비율은 16.6%로, 지난 2016년 14.23%와 비교해 높아졌다.

여전히 찬성 비율이 반대 비율보다는 압도적으로 높지만, 국민연금이 조금씩 과거 주총 '거수기' 역할에서 탈피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으로 홍역을 치른 이후, 국민연금은 지배구조 개편과 의결권 행사 강화 방안 등을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국민연금의 국정감사를 진행한 이후 기금운용본부의 합병,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 등의 의결권 의사결정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등 올해 안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이번 주총시즌이 스튜어드십 코드 '예행연습'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으로, 국민연금은 가입자인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운용하는 수탁자에 해당한다.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은 투자 회사 가치의 향상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주주제안과 이사회와의 대화,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경영전략 등과 같은 비재무적 요소 점검을 수행한다.

올해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기업 경영진 선임 등 의결권 행사에서 재무적 실적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사회적 가치 수행 등을 더욱 면밀히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이 낮아 국내 주식 성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국내 기업 배당 확대를 통한 투자 수익률 제고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과거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 현행 배당 기준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었고, 기금운용위원회에서도 국내 기업 배당 확대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검토한 바 있다.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이 강조되면서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적정 배당을 적극적으로 기업에 요구할 가능성도 커졌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이 예견되면서 국민연금의 결정이 주총의 주요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백복인 KT&G 사장 연임 여부와 관련해 주총에서 KT&G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백 사장은 분식회계 의혹과 사장 후보 결정 과정 불공정 논란 등이 제기된 상태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연임 등 금융지주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았다.

연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올해 하반기로 공식화된 상황에서 의결권 행사에 좀 더 신경을 쓸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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