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외국인이 귀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북 해빙 분위기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낮아지고 달러-원 환율 변동성이 축소된 영향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통화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완화하면서 외국인 매수세는 더욱 힘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분기 실적 시즌이 다가오면서 IT업종을 위주로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9일 연합인포맥스 투자자 매매동향 일별추이(화면번호 3803)에 따르면 외국인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된 지난 9일 이후 지난 16일까지 6거래일간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9천667억원 순매수했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알려진 지난 9일부터 지난 13일까지 3거래일 연속 주식을 총 9천744억원 순매수하기도 했다.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총 7천423억원 순매도한 흐름과 대비된다.

외국인이 이처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순매수하기 시작한 것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로 달러-원의 변동성이 낮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원은 지난 8일 1,070.20원에서 지난 16일 1,066.20원으로 4.00원 움직이는 데 그쳤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글로벌 주식형 펀드 내 한국 배분액이 11주 연속 유입을 기록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한국 배분액 유입 지속으로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20~21일(미국시간) 열리는 FOMC 회의가 종료되면서 미국 통화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FOMC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점쳐지는데, 통상 금리 인상은 유동성 축소로 이어지며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FOMC의 매파적 성향이 예견된만큼 시장에 큰 충격을 줄 확률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라는 빅 이벤트에 주의해야 하지만 매파적 성향이 예견됐기 때문에 시장이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재료로 떠오른 대북 리스크 완화가 코스피에 새로운 힘을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2월 고용지표를 통해 물가와 임금 상승 압력이 높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FOMC가 금리 인상을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1분기 어닝시즌을 맞아 외국인 매수는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특히 최근 실적 하향 조정이 잦아든 IT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박 연구원은 "외국인이 최근 IT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한국과 대만을 중심으로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며 "IT 업종 이익 전망치가 상향조정되는 데다 미국 반도체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은 지난달 아시아 7개국에서 총 103억달러를 순매도했는데 이는 외국인 순매도가 단기 최고점을 기록한 중국 경기불안 때나 미국 대선 때와 비슷한 규모다"며 "외국인의 아시아 주식 순매도가 지난달을 기점으로 단기 최고점을 통과했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1분기 어닝시즌을 앞두고 IT 섹터의 이익 전망치가 상향되고 있어 IT 비중이 높은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선호가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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