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 국채 가격은 무역전쟁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비둘기 성향이라는 평가로 올랐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2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7bp 낮은 2.832%에서 거래됐다. 지난해 9월 5일 이후 가장 큰 일중 낙폭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5bp 내린 2.287%에서 움직였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6bp 하락한 3.066%에서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2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10년과 2년 만기 국채수익률 격차는 전일 58.9에서 54.5bp로 좁혀졌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무역전쟁 우려로 큰 폭으로 상승 출발했다.

전일 국채가는 올해 기준금리 인상횟수 전망치는 유지됐지만, 내년이 상향 조정되면서 혼조세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 반에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보이는 중국을 겨냥해 관세 부과와 투자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관세 부과액은 애초 300억 달러보다 늘어난 500억 달러에 달했다.

한편 이날 유럽연합(EU), 호주, 아르헨티나, 브라질, 한국은 미국이 부과하는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제외됐다.

전미소매연합의 매튜 샤이 대표는 "세계 무역 규정을 따르지 않는 중국에 책임을 묻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하다"며 "하지만 미 정부의 관세 부과는 중국의 규정 위반 때문에 보통 미국인을 벌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시도 무역전쟁 우려로 약세를 보여,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했다.

아문디 파이오니어의 켄 토브스 미 최고운용책임자는 관세부과와 관련해 "규모가 점점 커진다"며 투자자들은 중국이 보복할 것이고, 무역을 방해하는 정책이 고조되면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슈왑센터의 케이시 존스 수석 전략가는 "무역전쟁에는 두 가지 위험이 있고, 하나는 성장률 저하와 둘째는 채권에 나쁜 물가 상승이다"라며 "물가 상승은 두 번째이고, 지금은 안전자산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일 늦게 미국 여아 지도부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이틀 앞두고 10월까지 정부의 자금 조달을 허용하는 지출 안에 합의했다. 합의안은 이날 하원에서 통과됐고, 상원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대체로 미국 경기의 호조를 보였다.

3월 미국 제조업 업황이 더 호전됐지만 서비스업황은 확장세가 둔화했다.

정보제공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3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계절 조정치)는 전월의 55.3에서 55.7로 올랐다. 36개월 최고치다.

3월 미 서비스업 PMI 예비치(계절조정치)는 전월 55.9에서 54.1로 하락했다. 2개월 최저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IHS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경제학자는 "PMI 지수는 올해 1분기 미 국내총생산(GDP)이 2.5% 성장할 것이라는 기준에 부합한다"며 "고용지수가 거의 3년 최고치를 보이는 것은 향후 성장에 대해서 낙관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슨은 "특히 제조업에서 물가 압력이 관건이 된다"며 "상품과 서비스에 부과되는 물가 압력이 2014년 이후로 가장 강하고, 공장 물가는 7년 내 가장 높이 뛰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0.6% 올랐다고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0.6% 상승이었다.

선행지수는 지난 1월과 지난해 12월에 각각 0.8%와 0.7% 올랐다.

콘퍼런스보드의 아타만 오질디림 디렉터는 "증시의 가파른 하락과 주택 착공의 약세에도 2월 선행지수가 다시 올랐다"며 "지난 6개월 상승률이 2011년 1분기 이후 이만큼 높았던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청구자수가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해 고용시장 호조가 지속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3천 명 증가한 22만9천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WSJ 조사치는 22만5천 명이었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트럼프의 대중국 무역 보복조치가 발표된 이후 뉴욕증시 낙폭이 줄자 오름폭을 줄였다.

국채 시장 장마감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낙폭을 700포인트(2.9%)가량 확대하며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올해 오름폭을 전부 반납하고, 작년말 대비 1.1% 내려서 마감했다.

전략가들은 전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곱씹으면서 세제개편과 재정지출이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을 0.4%포인트 높일 수 있음에도 올해 금리 인상 전망 횟수를 안 높인 것은 비둘기성향이 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포트 글로벌 증권의 토마스 디 갈로마 디렉터는 무역 관련 우려는 증시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이지만 채권에는 긍정적인 재료라고 설명했다.

갈로마는 한 달 전부터 모든 FOMC 위원들이 올해 네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이 있었지만, 전일 연준은 상대적으로 기존 예상보다 비둘기 적이었거나 덜 공격적이었다며다고 분석했다.

갈로마는 연준의 선제 안내는 여전히 올해 두 차례의 금리 인상만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전략가들은 전일 10년과 2년 국채수익률 격차가 59bp에서 55bp로 좁혀지면서 수익률곡선 평탄화가 나타났다며 이는 10년래 가장 좁혀졌던 지난 1월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티시스의 조셉 라보르그나 수석 경제학자는 연준은 "금리를 천천히 올리면서 수익률 곡선이 주는 의미에 주의를 기울일 정도로 매우 현명하다"고 지적했다.

BNY 멜론 자산운용의 데이브 레덕 최고운용책임자는 "시장은 매파적으로 포지션이 돼 있었다"며 "그래서 FOMC 후에 일부 '숏 커버링'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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