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달러화는 미 국채금리 오름세로 또 상승했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23일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08.72엔을 기록해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07.64엔보다 1.08엔(0.99%) 올랐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2207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2282달러보다 0.0075달러(0.61%) 내렸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32.71엔을 기록해, 전장 가격인 132.21엔보다 0.50엔(0.37%) 높아졌다.

달러화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엔화와 유로화에 상승 출발한 후 미 경제지표가 대체로 호조를 보이자 오름폭을 더 확대했다.

시장은 미 국채금리와 뉴욕 증시 동향, 유가 등 원자재 가격 동향, 미 경제지표 등을 주목했다.

이날 아시아장에서 달러화는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엔화에 108엔선을 넘어섰으며 뉴욕에서는 장중 108.75엔까지 올랐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 변동을 보여주는 ICE 달러 지수는 전장보다 0.7% 오른 90.927을 보여, 지난 1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외환 전략가들은 물가 상승 기대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총 네 차례의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강해진 것이 달러에 계속 상승 연료로 작용하고 있다며 진단했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이날 2.96~2.996% 범위에서 움직였으며, 2.973%에서 마쳤다. 전장 종가는 2.949%였다.

전략가들은 다만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높고, 임금 압력이 약한 상태에서 채권 금리의 상승은 부담이 크게 없을 수 있다며 뉴욕 증시의 평가 가치도 지난 2월보다 더 낮아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 설문에 따르면 펀드 매니저들은 주식에서 채권으로 손바꿈을 할 10년 만기 국채 금리 수준을 3.5%라고 답했다.

또 지정학적 위험과 무역 긴장이 완화된 것 역시 달러에 우호적이었다.

이번 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결정을 내놨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주말 동안 무역 협상을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도 므누신의 방중을 환영한다고 답했다.

FX 스트레지의 보리스 슐로스버그는 "연준은 지금 명확하게 주요 11개국 중앙은행 중에서 가장 공격적"이라며 "연준은 수년간의 양적완화 후에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고, 지금 금리 차이가 벌려지는 것을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슐로스버그는 "달러화는 또 지정학적 위험 완화의 도움도 받고 있다"며 "무역 관련 긴장과 북한과의 정치적 갈등은 지난 며칠간 완화됐고, 이 점이 거시 경제로 거래자들의 눈을 다시 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로화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지표가 전환점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달러에 밀렸다.

유로존의 4월 제조업 PMI 예비치가 1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같은 달 서비스업 PMI 예비치는 55.0으로 2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IHS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이코노미스트는 "4월 유로존의 경제는 저속 기어에 갇힌 모습"이라면서 "기업 활동은 2017년 초 이후 가장 느린 성장세를 보인 전월치와 동일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연초보다 성장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긴 했지만, 유로존의 경제 성장세가 아직 활발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 은행 ING는 유로-달러는 1.2180~1.2525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레인지 하단을 깨고 내리면 유로 매도 신호가 강해지고, 횡보 장세로 돌아가려면 1.2332위에서 마쳐야 한다고 분석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10년물 미 국채금리가 3% 선을 뚫고 올라서 머무르는 상황에서도 위험 자산 매도가 없어서 시장 변동성이 낮다면 달러는 강해질 것 같다며 유로화는 1.2150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SG는 10년물 국채금리 상승이 지속하지 않고, 시장의 화두가 (미국) 부채 수준에 대한 우려가 된다면 달러 상승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며 이는 달러 매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비교적 낙관적이었다.

3월 시카고 연은의 전미활동지수가 전월의 0.98에서 0.10으로 하락했다.

이 지수가 '0'인 것은 미국 경제가 역사적인 성장 추세로 확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마이너스(-) 영역이면 평균 성장세보다 못하다는 의미다.

3개월 이동평균 전미활동지수도 전월 0.31에서 0.27로 낮아졌다.

4월 미국 제조업과 서비스업황이 모두 호전됐다.

정보제공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4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계절 조정치)는 전월의 55.6에서 56.5로 올랐다.

4월 미 서비스업 PMI 예비치(계절조정치)는 전월 54에서 54.4로 높아졌다. 2개월래 가장 높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IHS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경제학자는 "현재 PMI 지수 수준은 국내총생산(GDP) 2.5% 성장에 부합한다"며 "다만 물가가 상승세를 지속하는 것은 중앙은행에 매파적인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월 기존주택판매가 두 달 연속 시장 예상을 웃도는 수준으로 늘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3월 기존 주택판매(계절조정치)가 전월 대비1.1% 늘어난 560만 채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문가 전망 집계치는 555만 채였다.

NAR의 로렌스 윤 수석 경제학자는 주택판매 흐름은 지난해보다 양호하다면서도 재고 부족은 여전한 위험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3월 기존 주택 중간 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5.8% 상승한 25만700달러를 나타냈다. 주택가격 상승세는 5년째다. 중간 판매가격은 물가가 반영되지 않는다.

3월 기존 주택재고는 전월 3.4개월 치에서 3.6개월 치로 증가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우의 아론 테라자 수석 경제학자는 "주택시장은 성장하기보다는 정체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3월 주택판매는 전년 대비 1.2% 줄었다.

달러화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하락 반전하고, 유가가 반등하자 엔화와 유로화에 잠시 오름폭을 줄였다가 다시 확대했다.

유가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재고조로 반등했다. 알지지라 방송에 따르면 예멘 후티 반군의 지도자가 사우디아라비아의 폭격에 숨졌다.

전략가들은 미 국채금리의 추가 상승시 달러도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또 이번주 26일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유로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달러에 우호적이라고 내다봤다.

FX날리지는 "ECB 회의 앞서 대다수가 비둘기 성향의 발언을 이미 예상한다"며 하지만 계속 비둘기 성향이지는 않을 것이고, 유로를 더 떨어뜨릴 정도로 유로존 지표가 부진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유로존 물가가 오르고, 완만하지만 임금 상승률도 빨라지는 것은 ECB가 6월에 정책 변화를 발표할 근거가 된다며 ECB가 올해 4분기에 양적완화 정책을 끝내겠다는 신호를 6월에 드러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FX날리지는 또 달러-엔은 올해 말 110엔까지 오를 수 있다며 현재 남북한 간의 명백한 해빙이나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전쟁 완화 희망 등이 안전 통화인 엔화에 대한 수요를 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FX날리지는 일본은행도 질적·양적완화에 대한 의지가 약해질 것이라는 시장 기대에 반하는 신호를 보낼 것 같다며 이는 엔화 약세 신호라고 덧붙였다.

이날 CNBC는 일본은행 총재와 지난 주말 가진 인터뷰를 내보냈다.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5년 안에 어느 시점에 물가 목표 2%에 도달할 것"이라며 "그러면 점진적인 정상화를 어떻게 할지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다 총재는 다만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일본은행은 당분간 계속 매우 강한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전략가들은 미 국채금리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경기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논쟁이 시작됐다며 이는 달러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은행 유니 크레디트는 미 국채 수익률 곡선 평탄화가 재개되면 달러가

떨어질 것이라며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단기물보다 더 오르면서 달러가 상승하고 있지만 이는 곧 끝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펜하이머펀드의 알레시오 드 롱기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수익률곡선이 결국 역전되면 달러 강세의 근거는 매우 일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RBC 웰스 메니지먼트의 크레이그 비숍 채권 부대표는 연준은 이번주 후반에 발표되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자세히 살펴볼 것 같다며 올해 단지 2차례 더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1분기 GDP 전망치는 1.8% 상승이다. 지난해 말에는 2.9% 상승이었다.

libert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