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 국채 가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에서 상승 압력이 확인됐음에도 월말 수요 등에 힘입어 혼조세를 보였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30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2bp 내린 2.936%에서 거래됐다. 4월 한 달간 19.6bp 올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4bp 오른 2.488%에서 움직였다. 이달 동안 21.6bp 상승했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9bp 낮은 3.097%에서 거래됐다. 한 달간 12.2bp 높아졌다.

10년과 2년 만기 수익률 차이는 전장의 47.5bp에서 44.8bp로 좁혀졌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물가 지표 상승에도 월말 포트폴리오 조정용 수요 등으로 강보합세로 출발한 후 오름폭을 확대했다.

시장은 미 경제지표, 미 국채금리와 뉴욕증시 움직임 등을 주목했다.

지난 주말 국채가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호조에도 상승했다.

이날도 경제지표 호조가 채권시장에 영향을 발휘하지 못했다.

금리 전략가들은 이에 대해 그동안 국채에 대해서 과도한 '숏 베팅'을 했던 거래자들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4월 비농업부문 고용 지표를 앞두고 앞선 거래를 되돌리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이 구축한 미 국채 순매도는 지난 24일 기준 46만2천133계약으로 급증했다. 이는 사상 최대치다.

이글 자산운용의 제임스 캠프 매니징 디렉터는 "내 생각에 사람들은 국채에 대해서 심한 약세론을 폈다"며 "물가가 이상하지 않다면 국채수익률이 심각하게 많이 오를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전략가들은 또 소비 증가세보다 3월 소득 증가가 부진한 점과 저축률이 떨어진 것, 기업 실적 호조에도 뉴욕증시가 내린 점 등을 국채가 상승의 다른 이유로 설명했다.

지난 3월 미국인의 소비가 연초의 부진에서 반등하면서, 미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보였다.

미 상무부는 3월 개인소비지출(PCE)이 전월대비 0.4%(계절조정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 0.4% 증가에 부합했다.

PCE는 1월에 0.2% 증가, 2월에 변화 없음(0.0%)을 보인 바 있다.

3월 개인소득(세후 기준)은 전월 대비 0.3% 늘어, 경제학자들의 0.4% 증가 전망에 못 미쳤다. 3월 저축률은 3.1%로, 2월의 3.3%에서 내려섰다.

미국 가계의 소비지출은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성장동력이다.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PCE 가격지수는 3월에 전월대비 0.0% 상승했다. 3월 PCE 가격지수는 전년 대비로는 2.0% 올랐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연준 목표치에 부합한 것이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도 3월에 전월대비 0.2% 올랐다. WSJ 조사치도 0.2% 상승이었다. 3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1.9% 상승했다. 이 역시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선임 경제학자는 "연준 위원들은 단기 전망에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올해 근원 PCE 가격지수가 예상보다 더 오른다는 점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피어스는 "연준이 6월 인상을 포함해 올해 네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물가 지표가 확신시켜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원자재가 상승으로 제조업 물가가 오를 조짐을 보인다는 주장도 나왔다.

윌리엄 블레어의 니콜라스 헤이맨 산업주 분석가는 "제조업체들은 가격을 크게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CIBC의 캐서린 저지 경제학자는 "이날 PCE 관련 지표들은 기대에 부합했다"며 "그래서 시장 반응이 크지 않았다"고 풀이했다.

4월 미국 중서부 지방의 제조업 활동이 3개월간 내림세를 접고 소폭 반등했지만, 시장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

공급관리협회(ISM)-시카고에 따르면 4월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

57.4에서 57.6으로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전문가 집계치는 58.3였다.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MNI인디케이터스의 제이미 삿치 이코노미스트는 5개 세부 항목 중 3개가 떨어졌고, 생산과 공급자 배송 지수만 상승했다며 불확실성이 있지만 대부분 기업은 관세 부과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매매 계약에 들어간 펜딩(에스크로 오픈) 주택판매가 두 달 연속 증가했지만, 시장 예상보다는 미약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3월 펜딩 주택판매지수가 0.4% 상승한 107.6을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는 전월대비 0.8% 증가였다.

3월 펜딩 주택판매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3.0% 낮은 수준을 보였다. 연간 기준으로는 석 달 연속 하락했다.

2월 주택판매지수는 107.5에서 107.2로 하향 조정됐다.

NAR의 로런스 윤 이코노미스트는 강한 고용 시장에도 주택 구매는 기대만큼 늘고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탄탄한 경기 여건으로 주택 수요가 창출되고는 있지만, 재고 부족으로 모든 구매자가 집을 사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대출금리의 상승세도 주택 거래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 낙폭 확대 속에 오름폭을 확대했다.

전략가들은 이달 FOMC에서 연준이 올해 세 차례인 금리 인상 횟수 전망치를 네 차례로 높일지가 관건이라며 또 수익률곡선 평탄화도 주목한다고 강조했다.

블리클리 어드바이저 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운용책임자는 "연준은 이달 FOMC 회의를 6월 금리 인상을 준비하는 데 이용할 것"이라며 "세 번째 인상은 9월에 있을 것이고, 12월은 올해 네 번째 인상이 될지, 동결할지 유연성을 연준에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BNP 파리바의 티모시 하이 전략가는 수익률곡선 평탄화는 채권시장의 구조 때문이라며 보유한 부채의 만기에 맞는 채권을 사는 연기금과 다른 투자자들이 물가 상황과 별개로 30년물의 지속적이고 거대한 수요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이는 중장기적으로 물가가 낮게 유지된다는 관점에서 인구구조는 진짜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부펀드와 외국 투자자들을 포함한 간접 입찰자(indirect bidder)들의 미 국채 입찰 참여 비중이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고 2012년 이후 처음으로 퍼센티지가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재정적자가 2020년까지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이유로 외국인들 사이에서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떨어진 점과 공격적 입찰 성향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외국 투자자들은 미 국채 중 43%가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2016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일 뿐 아니라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55%를 기록한 이후 계속 낮아지고 있다.

루미스 세일즈 앤코의 앤드리아 디센소 포티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경제 성장률 전망과 재정 전망은 외국인의 투자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liber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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