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달러화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대했던 매파 신호가 두드러지지 않았음에도 강보합세로 마쳤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2일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09.92엔을 기록해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09.88엔보다 0.04엔(0.03%) 상승했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940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993달러보다 0.0053달러(0.44%) 내렸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31.29엔을 기록해, 전장 가격인 131.81엔보다 0.52엔(0.39%) 낮아졌다.

달러화는 미국 금리 인상 기조 강화 기대로 엔화에 상승 출발했다.

시장은 미 경제지표, 미 국채금리와 뉴욕증시 움직임,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등을 주목했다.

전날 달러화는 통화정책 차별화 부각으로 엔화와 유로화에 모두 상승했다.

이날 오전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2.95%대로 전장 종가 2.97%대에서 내려서 거래됐다. 국채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무역 관련 긴장감도 지속했다.

이날 미국 국방부가 중국 화웨이와 ZTE가 만든 휴대전화를 미군 기지에서 판매 금지했으며, 미 행정부도 두 회사를 포함한 중국 기업 통신제품의 미국 내 판매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행정조치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오는 3~4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미 경제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한다.

데일리FX의 일리야 스피박 외환과 상품 전략가는 이날 경제지표 수정이나 기자회견이 없는 FOMC 날임에도 매파적인 변화에 대한 시장 기대가 있지만 "공식적인 FOMC 견해 변화는 예상되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스피박은 "시장은 성명에서 매파 베팅을 뒷받침해줄 문구를 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안다의 크레이그 얼람 선임 시장 분석가는 "미 달러는 미 기업 실적 호조뿐 아니라 다른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 둔화와 미국의 금리 상승 기대 등으로 최근 몇 주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얼람은 "수개월 동안의 상승세 제한에도 2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지금 2008년 이후 최고치고, 10년물은 3% 선 위로 오르기도 했다"며 "이 요인은 지난 16개월간의 손실을 만회하려는 달러에 단기적으로 우호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로화는 1분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국내총생산(GDP) 부진으로 달러에 내렸다.

유로존의 1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0.4%,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와 일치하지만, 지난해 4분기의 연간 성장 2.7%보다 낮은 것이다.

바클레이즈의 안토니오 가시아 파스컬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이 부진 국면이 일시적인지 영구적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나온 많은 증거는 경제 둔화가 일시적이라는 것을 가리키지만 확실치는 않다"고 전했다.

ING는 "유로화가 앞으로 상승할지는 유로존 경제가 1분기 둔화에서 회복될 수 있을지에 달렸다"며 투자자들이 공황 상태에 접어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ING의 기술적 전략가들은 "기술적 관점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여기서 더 떨어지지 않고 1.2180달러, 혹은 심지어 1.2290달러로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발표된 미 경제지표들은 호조를 보였다.

미국의 4월 민간부문 고용 증가세가 제조업체와 중견기업 주도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ADP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4월 민간부문 고용 증가는 20만4천 명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19만 명이었다.

지난 3월의 민간 고용 증가 24만1천 명은 22만8천 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노동부가 내놓은 3월 비농업 부문 고용 증가세는 10만3천 명이었다.

뉴욕시의 기업 환경을 보여주는 지수가 전달의 하락에서 반등했다.

공급관리협회(ISM)-뉴욕에 따르면 지난 3월 뉴욕시의 비즈니스 여건 지수는 전월 54.0에서 64.3으로 올랐다. 지난 1월은 72.5로 2006년 11월 이후 최고치였다.

달러화는 오후 들어 FOMC 성명 발표 후에 엔화와 유로화에 반락했다가 장 마감께 급하게 낙폭을 줄이고 강보합세로 전환했다.

연준은 이날 금리 동결 후 성명에서 물가 상승을 더 확신하는 모습을 비쳤지만, 이에 따른 인상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연준은 3월 성명에 "12개월 기준 전반적 물가와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는 지속해서 2%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던 데서 이달에는 "2%에 근접하게 움직였다(moved close to 2 percent)"로 수정했다.

반면 물가 변화를 자세히 지켜보겠다는 문구를 이달에는 삭제했다.

연준은 또 "12개월 물가가 중기적으로 대칭적 목표인 2% 근처로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해, '대칭적'이라는 단어를 삽입했다.

전략가들은 '대칭적'이라는 단어의 추가를 물가가 2%를 넘어서도 빠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다는 '비둘기' 신호로 해석하기도 했지만, 연준이 올해 물가에 더 자신감을 보인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은 올해 총 네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49% 반영했다.

애버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맥칸 경제학자는 "경기 전망의 갑작스러운 악화가 없다면 현재와 내년 말까지 7번의 금리 인상이 있을 것 같다"며 "또 무역 갈등은 정책 대응을 복잡하게 하고, 경제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또 다른 위험이다"라고 진단했다.

CIBC 이코노믹스의 로이스 멘데즈 경제학자는 "연준 위원들은 오늘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지만, 물가 추세에 대한 평가를 높였다"며 "상대적으로 제한된 변화였지만 물가가 목표에 근접했고, 중기적으로 2%에 가까이 갈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제프리스의 워드 매카시 경제학자는 "성명에 놀라운 점이 있다면 2% 물가 목표를 '대칭적'이라고 묘사한 것을 추가한 것"이라며 "이는 위쪽으로 물가 편차가 나더라도 물가가 그동안 오랜 기간 목표를 밑돌았던 것을 고려해, 반드시 정책적 대응을 할 필요가 없다는 수사들을 강화하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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