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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은 지금> 미국판 '갑질' 논란도 한국과 닮은꼴
    이종혁 기자  |  liber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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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8.05.03  08: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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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연합인포맥스) 지난주 미국 동부에서 올라간 동영상 하나가 270만 명에 육박하는 시청 기록을 만들었다. 이 영상은 연예인 뮤직비디오도 아니고, 박장대소를 터트리는 내용도 아니었다. 미국인은 이 영상에 댓글을 많이 달았다.

    사건 내용은 최근 한국 언론에서 계속 다루는 재벌그룹 한진 일가의 갑질 사건과 유사하지만, 미국판 재벌가 이야기는 아니다. 이 사건은 '뉴욕·뉴저지주 항만청'(Port Authority)의 윤리 위원회 위원장 카렌 터너의 사퇴라는 결과를 낳았다.

    항만청은 미국 동부의 관문인 JFK 공항은 물론 월드트레이드센터 대지도 운영하는 막강한 기관이다. 지난 한해 보유한 다리와 터널에서 거둬들인 통행료 수입만 17억 달러(1조9천억 원)에 달하고, 산하에 자체 경찰인력 1천600명도 거느리고 있다.

    사건은 뉴저지주 테너플라이 소속 경찰이 자동차 한 대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경찰은 앞유리에 색깔이 입혀진 데다 번호판 식별이 어렵다는 이유로 자동차를 갓길에 서게 했으며, 추가로 차 등록 기간이 지난 데다 보험증이 없는 것도 발견했다.

    당시 카렌 터너는 딸과 함께 이 차를 타고 있었고 운전자는 딸의 친구였다. 동영상은 터너가 사건에 개입하는 것을 보여준다.

    터너는 단속 경찰에게 자신이 이 지역에 20년 동안 살았으며 시장 친구라는 말로 선처를 바라는 태도부터 보인다. 이어 자신이 항만청의 위원(commissioner)임을 보여주는 황금 배지와 명함도 제시했다.

    또 4천 명의 산하 경찰을 이끌고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역 경찰은 터너에게 당신은 운전자가 아닌 데다 운전자가 18세 이상이면 부모도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대응했다.



       




    <사진 설명 : 검은 선글라스를 쓴 카렌 터너가 경찰한테 소리를 지르고 있다.>



    실랑이 속에 자신의 의도가 관철되지 않자, 항만청 윤리위원장 터너는 돌변했다. 경찰을 향해 닥치(shut the fxxx up)라면서, 멍청이(ass)와 잘난 체하는 얼굴(smug ass look)이라는 표현을 신경질적으로 내뱉었다.

    분이 안 풀린 터너는 이어 "이 아이들은 예일과 MIT 대학의 박사과정 학생들"이라면서 "경찰 서장과 시장한테 전화를 걸 것이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소리쳤다.

    이 모든 상황이 경찰차의 카메라에 녹화, 녹음됐다. 테너플라이 경찰은 항만청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으며, 이후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 다수의 언론이 이 사실을 보도하자 터너는 사건 한 달 만에 위원장 자리를 사임했다.

    터너는 성명에서 경찰관들에게 색다른 단어(off-color language)를 사용한 것을 후회한다고 인정했지만, 잘 못된 일을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항만청은 관련 사안이 윤리 규정을 위반한 것인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진 일가가 한국에서 주목받는 정도는 아니지만, 미국도 '갑질'에 대한 사회 비판 분위기가 강하다.

    갑질 사건은 금융위기 이후 소위 사회 지도층이라는 엘리트들이 주도하는 정치경제 흐름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면서 더 분노를 사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세계적인 큰 정치 사건을 보면 기존 권위를 무시하는 성향이 강하다.

    유럽에서 브렉시트를 시작으로 유럽연합(EU)의 붕괴를 목표로 하는 운동이 강해졌고, 미국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기존 정치판의 '아웃사이더'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다.

    클라우스 레글링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 대표는 "거의 모든 서구 민주주의에서 엘리트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요즘 정치 불안이 금융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의 원천이 자주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종혁 특파원)

    liber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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