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달러화는 미국 중앙은행만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로 올랐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8일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09.11엔을 기록해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09.05엔보다 0.06엔(0.05%) 상승했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861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922달러보다 0.0061달러(0.51%) 내렸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9.42엔을 기록, 전장 가격인 130.01엔보다 0.59엔(0.45%) 낮아졌다.

달러화는 이날 오후 2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관련 발표를 앞두고 엔화와 유로화에 모두 상승 출발했다가 오름폭을 줄였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19주래 최저치인 1.1838달러까지 내리기도 했다.

네덜란드 은행 ING는 유로화의 달러에 대한 단기 목표치는 1.1790, 1.1760, 1.1745가 될 것이라며 주요 지지선은 1.1815, 1.1715와 1.160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은 이란 발표와 이에 따른 증시와 유가 동향, 미 국채금리 등을 주목했다.

전날 달러화는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 가중 전망 속에 엔화에는 내리고, 유로화에는 오르는 혼조세를 보였다.

외환 전략가들은 최근 달러화 강세는 물가 상승과 유럽 등에 비해 나은 미국의 경제 기초여건 덕분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른 중앙은행들과 달리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의 도움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ACLS 글로벌의 마샬 글리터 수석 전략가는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첫 연설에서 통화 가치에 큰 영향을 끼쳤다"며 "그는 심각한 매파였다"고 설명했다.

전날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조지 메이슨 대학에서 열린 강연에서 "통화정책은 여전히 매우 경기 부양적이다"라며 "실업률이 낮고, 물가가 사실상 목표 수준에 있을 때 경기부양책이 적당하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2015년 12월 이후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 인상했지만, 미국의 금융 여건이 여전히 완화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스코셔뱅크의 샤운 오스본 헤드는 파월의 발언은 기존 정책에 어떤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는 점을 나타낸다며 이것들은 달러에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BNP 파리바의 다니엘 카츠지베 헤드는 올해 초, 오래된 경기 확장세 때문에 미국은 경기 하강에 가깝고, 유럽에서 성장세가 더 커질 것이라는 기대로 유로화 상승 베팅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 거래는 거의 완전히 뒤집혔다고 설명했다.

카츠지베는 이 유로화 베팅 거래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들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미 경제지표는 혼재됐다.

지난 4월 미국 소기업들의 경기 낙관도가 월가 예상을 밑돌았다. 전미자영업연맹(NFIB)은 4월 소기업 낙관지수가 전월 104.7에서 104.8로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의 107.6은 45년 전 집계가 시작된 이후 두 번째로 높다. 최고치는 1983년의 180.0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104.9였다.

NFIB의 빌 듄켈버그 수석 경제학자는 "소기업 업황이 호황이라는 점은 의심이 없다"며 "소비 지출, 세제개편, 규제 완화 등이 전체 소기업에서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미국의 채용 공고(job openings)가 655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3월 채용공고는 전월 607만8천 명보다 47만 명가량 증가한 655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달러화는 오후 들어 트럼프의 이란 핵협정 탈퇴 발표 이후 짧은 시간 동안 109.17엔까지 올랐다가 다시 108.81엔으로 내리는 등 엔화에 오락가락했다.

유로화도 이란 소식 발표 후 변동성이 커졌지만 결국에는 오전에 달러화에 줄였던 낙폭을 다시 벌렸다.

서부텍사스산(WTI) 원유 가격은 미국의 협정 탈퇴를 예상하고 쌓아둔 매수 포지션 처분이 더 우위를 보이면서 전일보다 2.4% 내린 69.06달러에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란에 대해 "높은 수준의 경제 제재를 도입할 것"이라면서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어떤 나라도 제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란 제재의 영향 평가가 엇갈리는 만큼 유가가 방향을 어떻게 정할지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뉴욕 증시도 이란 발표 직후 올랐다가 다시 낙폭을 벌리고, 다시 줄이는 등 오락가락했다.

씨티은행의 애드워드 모어스 글로벌 상품 분석 담당은 "현시점에서는 지난 2012년과 같은 효율적인 제재가 진행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이나 인도 등 주요 이란산 원유 수입국의 동참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바클레이즈 마이클 코헨 에너지 시장 리서치 대표는 "이란 핵협정 파기의 지정학적 영향은 광범위하고 오래가는 유가 상승 압력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략가들은 다음날부터 발표되는 물가 지표를 주목했다.

9일 생산자물가를 시작으로 10일 소비자물가, 11일 수출입물가가 나온다.

TD증권의 마크 매코믹 헤드는 "유가 방향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기대했던 일이 발생할지 분명치 않다"며 다만 "달러 강세는 더 속도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맥코믹은 리플레이션 거래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세계 금리와 함께 높아지지만 달러 강세는 신흥시장에서 더 연료를 얻고 있다며 유로화 약세도 위험 자산 매도로 연결되면서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페소화 가치 급락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에 '탄력대출(flexible credit line)'을 요청했다. 규모는 300억 달러 가량으로 알려졌다.

페소화는 올해 들어 20% 이상 급락했으며 이날 뉴욕장 마감 무렵 달러화는 전장보다 0.43% 오른 22.349페소에 거래됐다. 이날 한때 23.100페소까지 높아졌다.

이날 터키 리라화 가치도 물가 상승 우려로 미국 달러화에 또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편 탄력대출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으면서도 일시적 금융위기를 겪는 국가가 IMF에서 별다른 조건 없이 필요한 만큼 돈을 빌릴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윌리엄 잭슨 선임 신흥시장 경제학자는 "터키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는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다면 긴급 금리 인상을 안 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중앙은행이 비전통적인 조치와 구두개입을 통해 다음 달까지 리라화 가치를 높이려고 애쓸 것이라는 점이 기본 시나리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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