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 국채 가격은 4월 소비자물가가 기대에 못 미친 가운데 단기물은 내리고, 장기물은 오르는 혼조세를 보였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0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3bp 내린 2.971%에서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8bp 상승한 2.538%에서 움직였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5bp 낮은 3.120%에서 거래됐다.

5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5bp 하락한 2.833%에서 움직였다.

10년과 2년 만기 수익률 차이는 전날 47.4bp에서 43.3bp로 좁혀졌다.

30년과 5년 만기 수익률 차이는 28.7bp로 2007년 7월 이후 가장 붙었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로 오름폭을 가파르게 높였다가 30년물 입찰을 앞두고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은 경제지표 발표에 다른 증시와 유가 동향, 170억 달러어치의 미 국채 30년물 입찰 등을 주목했다.

전날 국채가는 입찰 결과가 괜찮았음에도 유가가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져 내렸다.

금리 전략가들은 소비자물가가 지난주 발표된 4월 비농업부문 고용의 임금 지표의 연장선에 있다고 내다봤다.

4월 실업률은 17년여 만에 최저치인 3.9%를 보였지만 임금 상승률이 2.6%로 2009년 침체가 끝난 이후 3%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는 물가 지표를 확인한 후 안도감에 따른 상승세를 보였으며, 국제유가는 전일 급등 이후 하락했다.

RW 프레스프리치앤코의 래리 밀스타인 매니징 디렉터는 이날 소비자물가는 연준이 물가의 잠재적인 위협에 관해서 걱정할 것이 적다는 의미이라며 또 경제 성과가 탄탄하지만 대단하지는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밀스타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두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경로를 명확하게 해줬다고 덧붙였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향후 경제 상황이 전망대로 개선된다면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10년 만기 영국 국채(길트) 수익률은 BOE 발표 전의 1.4480%에서 1.4280%로 낮아졌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연준이 현재와 2019년 중반 사이에 5번 더 금리를 인상할 것 같아서 증시는 하락 압력을 받고, 채권 수익률은 오를 것"이라며 하지만 "물가가 낮을 것인 점은 연준 외에 다른 중앙은행들이 매우 완화적인 정책을 고수하도록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전월보다 큰 폭 올랐지만, 시장의 예상치보다는 덜 상승했다.

미 노동부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2%(계절 조정치) 올랐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는 0.3% 상승이었다.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로는 2.5% 상승했다. 애널리스트들 예상치도 2.5% 상승이었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4월 근원 소비자물가는 0.1% 올랐다. 애널리스트들은 0.2% 올랐을 것으로 예측했다. 4월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1% 높아졌다. 전월 2.1% 상승과 같았다. 애널리스트들은 2.2% 상승을 예상했다.

또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전주에서 변동이 없는 21만1천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1만1천 명은 1969년 4월 중순의 20만9천 명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WSJ이 집계한 예상치는 21만5천 명이었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국제유가 반등에도 30년물 입찰에서 괜찮은 수요가 확인된 후 다시 오름폭을 높였다.

미 재무부는 30년물 국채를 연 3.130%에서 발행했다. 포괄적인 수요를 보여주는 응찰률은 2.38배로 지난 여섯 번 입찰 평균 2.42배에 못 미쳤다. 해외 중앙은행 등의 입찰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 낙찰률은 62.7%로 지난 여섯 번 평균 62.6%와 비슷했다.

밀스타인은 많은 투자자와 분석가들이 국채 발행량 증가가 수익률을 밀어 올릴 것으로 기대하지만, 수익률은 국채 발행 증가와 함께 성장이나 물가가 더 빠르게 증가한다는 신호가 없다면 크게 오르기 힘들 것 같다고 진단했다.

뉴욕 유가는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 이후 중동 지역 정세 불안이 지속하면서 추가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3% 상승한 71.3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전략가들은 이날 물가 지표가 부진했지만 오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한 데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공격적인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여전하다며 양측의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CIBC의 캐서린 저지 이코노미스트는 "오늘의 지표는 정책당국자들의 계산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선임 이코노미스트 역시 "고용 시장 상황이 여전히 좋고 물가 추세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는 올해 연준이 총 네 차례 금리를 올리도록 설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기 르바 전략가는 트위터에서 이날 예상에 못 미친 물가 지표는 개별 지표의 단기적 변동성을 조명해준다고 평가했다.

반면 TD시큐리티의 마이클 한슨 이사는 "예상보다 부진했던 CPI 지표는 아마 시장의 올해 물가 전망이 다소 지나치다는 점을 나타낼 수 있다"면서 "올해 타이트한 고용 시장과 재정 부양 등을 고려할 때 작년보다 물가가 더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긴 하지만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연준이 금리를 더 급격히 올려야 할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이안 린젠 헤드는 "요점은 중기적으로 우리의 국채시장 강세론을 뒷받침하는 일련의 실망스러운 물가 지표가 나온 것"이라며 "하지만 6월 연준의 금리 인상을 포기하게 할 정도로 충분치는 않다"고 말했다.

린젠은 그러나 "이는 금리가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점을 가리킨다"고 덧붙였다.

AB의 에릭 위노그래드 선임 경제학자는 "물가는 여름에도 전년 기준으로 계속 오를 것이지만 오름폭은 가파르기보다는 완만할 것"이라며 "변동성이 큰 소비자물가는 지난 몇 달간 주춤거렸다"고 설명했다.

위노그래드는 "이는 연준에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가 옳다는 편안함을 줄 것"이라며 "이는 당분간 금리 시장에 압박감을 완화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무부는 지난 4월 개인 소득세로 인한 수입이 더 많아져 재정 흑자가 2천143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4월 역대 최대다.

다만 지난해 10월부터 4월까지 미 정부의 재정적자 폭은 더욱 높아졌다. 이 기간 재정적자는 3천854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2% 증가했다.

한편 WSJ이 이달 초 60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설문을 보면 59%가 오는 2020년 미 경제의 확장기가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응답자의 22%는 2021년 확장기가 마감될 것으로 봤고, 소수의 응답자는 내년 확장이 끝나고 침체가 시작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경기 확장이 끝나고 침체가 시작되는 핵심적인 이유로는 연준의 통화 긴축을 꼽은 전문가가 62%로 가장 많았다.

6월 금리 인상을 예상한 전문가는 98%에 달했다.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76%가 동의했다. 9월 금리 인상 전망은 지난 조사에서는 64%였다.

19%는 연준이 12월까지 기다렸다가 올해 세 번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봤다. WSJ은 또 전문가들이 예상한 올해 말 연방기금 금리 평균치가 2.3%로 연간 네 차례 금리 인상에 더 가깝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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