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황윤정 기자 = 성과급 이연제도로 금융투자업계에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부분이 성과급을 포기하고 떠나지만, 소송전을 불사하는 사례도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타 펀드매니저로 유명한 모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 A 씨는 그가 몸담았던 자산운용사와 지난해 초부터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가 회사를 떠난 직후 이연 성과급 지급을 두고 소송을 제기했고, 공방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년 넘게 몸담았던 운용사를 떠났다. 그는 이 운용사의 대표 펀드를 장기간 운용하며 스타 매니저로 이름을 알렸다. 꾸준하게 좋은 실적을 내며 최연소 임원이 될 만큼 능력도 인정받았다. 부장에서 상무 대우로 고속 승진을 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해당 운용사에서는 A 씨를 본부장으로 선임하고 성과급 체계를 다른 본부와 달리하기도 했다.

소송의 골자는 그가 받기로 했던 성과급의 일부를 모두 달라는 것이다. 성과급 이연제도로 임직원들이 당해 연도의 성과급을 최고 3년에 걸쳐 나눠 받게 되면서 자발적 퇴사의 경우 이연된 부분을 받지 못하게 됐다.

2016년 8월부터 시행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는 '해당 업무의 투자성과 그 존속기간 등을 고려해 성과보수의 일정 비율 이상에 대해 이연 기간을 3년 이상으로 할 것'을 명시해 뒀다. 당초 이 제도는 2010년 전후로 도입 권고 수준이었으나 2016년부터는 법으로 못 박힌 것이다.

제도의 도입 배경은 고액성과급을 받기 위해 단기 실적에 치중하고, 타 증권사로 쉽게 이직하는 '메뚜기' 행태를 막고자 하는 의도였다. 단기 실적에 치중하게 되면 자연히 도덕적 해이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제도로 인해 회사와 '아름다운 이별'을 하지 못하는 금투업계 종사자들도 늘어났다. 제도를 악용해 퇴사자들에게 성과급 지급을 미루는 회사들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퇴직할 때 받지 못한 성과급은 임금채권으로 전환되는데, 이 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다. 이에 퇴사 후 3년이 지날 경우 밀린 성과급을 받아내기는 더 힘들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회사와 대립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평판 등에 대한 우려감으로 퇴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소송전 등에 나서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에 성과급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앞서 B 대형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당 본부장은 지난 2016년 결정된 80억원의 성과급 중 일부를 포기하고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다. 당시 해당 본부는 100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받게 됐는데 이 본부장은 공을 인정받아 이 중 대부분을 챙겨간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성과급 이연 제도로 '수십억 성과급'이란 얘기는 옛말이 됐다"며 "과거 관행 때문에 아예 성과급 상단을 제한한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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