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달러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한 북미 정상회담과 미·중 무역협상 관련 우려로 엔화에는 내리고, 유로화에는 오르는 혼조세를 보였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23일 오전 10시 12분(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0.16엔을 기록해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10.88엔보다 내렸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714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781달러보다 하락했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9.03엔을 기록, 전장 가격인 130.63엔보다 낮아졌다.

시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미 국채금리, 미국의 무역협상 영향, 북미정상회담 진행 과정, 뉴욕증시와 유가 동향, 미 경제지표 등을 주목했다.

이날 4월 신규주택판매,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원유재고 등이 발표된다.

또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연설한다.

전날 한미정상회담 전후로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뉴욕증시를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서게 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겼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통신장비업체인 ZTE(중싱·中興 통신) 제재 문제에 관해 합의하지 않았으며 중국과의 무역협상도 만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원하는 특정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북미정상회담을 안 할 것"이라며 "6월에 (회담이)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위험자산인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으로 하락 개장했지만, 안전자산인 10년물 국채가격은 높아졌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금리는 전장보다 4bp가량 내린 3.02%에서 움직였다.

핸텍 마켓츠의 리처드 페리는 "시장 분위기는 거래자들이 엔화 같은 안전자산에 관심을 보이면서 한발 물러섰다"며 "트럼프는 이전보다 영향이 작지만, 시장 분위기와 방향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치 불안은 유로화를 약하게 해, 달러에 긍정적이었다.

10년물 이탈리아 국채수익률은 12.5bp 오른 2.444%에서 거래됐다.

10년물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수익률 격차가 19bp 벌어진 194bp가 됐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연정을 구성하려는 두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동맹의 추천을 받은 주세페 콘테 총리 후보를 승인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저널은 마타렐라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이날 오후 5시 30분 대통령궁에서 콘에 후보를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유로화와 파운드화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영국의 경제지표 부진으로 모두 달러에 내렸다. 유로화는 한때 27주 최저치인 1.1684달러까지 내렸다.

유로존의 5월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가 54.1로 집계돼, 전문가 전망치 54.8을 밑돌고, 전월 확정치인 55.1에도 미치지 못했다.

유로존의 합성 PMI는 18개월래 최저를 나타냈다.

영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대비 2.4% 상승해,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전월 2.5%보다는 0.1%포인트 낮았다.

파운드화는 물가 발표 후 한때 1.33052달러까지 가파르게 내렸다가 1.33433달러로 낙폭을 줄였다.

두 통화의 약세 덕분에 달러 지수(DXY)가 0.45% 오른 94.01에서 거래됐다.

터키 리라화는 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달러화는 리라화에 한때 4.9216리라까지 올랐다가 이후 4.875리라에 거래됐다.

리라화는 올해 들어 달러화에 20% 이상 절하됐으며 지난 5년간 70% 이상 약세를 보였다.

저널은 리라화가 장기 약세를 보이는 것은 시장이 필요하다고 보는 금리 인상을 중앙은행이 하지 않는 탓이라며 터키 조기 대선·총선을 한 달 앞두고 유세에 돌입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싼 자금 공급을 공약으로 걸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높은 금리를 "모든 악의 어머니와 아버지"라고 공격하면서 중앙은행이 싼 대출을 계속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중앙은행의 독립성뿐만 아니라 두 자릿수의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라보뱅크의 삐오트르 마티스 전략가는 일본 투자자들의 장기 리라화 포지션 처분이 최근 약세의 원인일 것 같다며 어렵지만, 긴급 금리 인상은 리라화 매수 기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HSBC는 2%포인트에 못 미치는 금리 인상은 리라화를 안정시키기 충분치 못하다고 진단했다.

이날 발표된 미 경제지표는 호조를 보였다.

정보제공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5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계절 조정치) 전월의 56.5에서 56.6으로 올랐다. 44개월 최고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57.0이었다.

5월 미 서비스업 PMI 예비치(계절조정치)는 전월 54.6에서 55.7로 높아졌다. 3개월래 가장 높다. WSJ 조사치는 54.2였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IHS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경제학자는 "현재 PMI 수준은 국내총생산(GDP) 2.3~2.5% 성장에 부합한다"며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모두 투입 비용이 5년 내 최고치로 빠르게 오른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슨은 "게다가 중요한 물가 압력 선도지표인 공급자 배송 지연이 지난 11년간의 지표 집계 역사상 가장 높다"며 "또 경기 낙관도 3년 최고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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