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증권업계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요 증권사가 모회사에 납부하는 '이름값'도 비례해서 늘어났다. 메리츠종합금융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100억원 이상을 이름값으로 지불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계열사 브랜드 사용료로 3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주사 등에 지급했다. 지난해 증권업계가 호실적을 시현하면서 브랜드 사용료로 지급된 비용도 증가했다.

지주사 등에 속한 계열 증권사는 지주사로부터 이름을 빌리고 매년 사용료를 납부한다. 지주사의 경우 상표권, 즉 브랜드가 주요 자산이다.

A 증권사 관계자는 "브랜드 사용료는 통상 계열사 매출액에 연동돼 책정되는데, 증권사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모회사 입장에서는 쏠쏠한 수익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영업수익에서 광고선전비 등을 차감한 금액에 일정 비율을 가산해서 브랜드 사용료가 책정되고는 한다.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사용료율은 0.2%에서 0.5%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증권업계에서는 메리츠종금증권, 미래에셋대우, SK증권 등이 모회사에 브랜드 사용료를 납부했다.

대규모 기업진단으로 분류된 곳 중 메리츠종금증권이 가장 많은 브랜드 사용료를 메리츠금융지주에 납부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영업수익의 0.25%가량을 브랜드 사용료로 지급했는데, 지난해 영업수익이 5조원을 넘어서며 브랜드 사용료로 120억원이 책정됐다.

미래에셋대우도 지난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 브랜드를 사용하는 상표권 계약을 체결했다. 영업수익에서 판관비 등을 제외한 금액의 0.5%를 사용료로 납부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80억원 규모다.

한화투자증권도 한화 지주사에 41억5천만원을 브랜드 사용료로 지급했다. SK증권과 유진투자증권도 각각 SK와 유진기업에 10억원 내외의 브랜드 사용료를 냈다. 이 외에 NH투자증권, KB증권 등도 금융지주에 영업수익의 일정 비율을 브랜드 사용료로 내고 있다.

현대차투자증권은 사용료를 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말에 그룹사와 브랜드 사용계약을 체결하면서 올해부터는 약간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브랜드 사용료를 지급 받은 증권사도 있다. 삼성증권은 삼성메디슨, 호텔신라, 에스원 등 계열사로부터 4억원을 받았다. 대신증권도 지난 2015년 상표권 제공업무를 부수 업무로 등록함에 따라 사용료를 수취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았던 지난 2016년에는 적자를 냈는데도 브랜드 사용료를 낸 곳도 있었다"며 "모그룹의 후광을 등에 업고 시너지를 낸다고는 하나, 실적 부침에 상관없이 일정 요율이 책정되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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