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제도를 시행한 지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이익 미실현 기업 상장(일명 테슬라 상장) 사례는 카페24 단 한 건에 불과하다. 증권사를 독려하기 위해 규정 개정에 나섰지만, 업계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투자협회 업무규정 중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됐다. 개정안에는 상장 주관사에 대한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을 대폭 면제해 주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3년 내 이익 미실현 기업 상장을 주관한 경험이 있고, 상장 후 3개월간 발행사 종가가 공모가의 90% 미만으로 하락한 적이 없는 증권사의 경우 향후 다른 기업을 상장할 때에도 풋백옵션을 면제하기로 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그 주관사의 공모가 산정 등 적자기업 상장 역량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요건에 부합해 '우수 주관사'로 인정받으면 풋백옵션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향후 주관하는 모든 딜에 대해 풋백옵션 의무가 면제되는 것이다.

테슬라 상장 사례는 카페24가 유일하다. 카페24는 상장 후 공모가를 단 한 번도 하회하지 않으면서 풋백옵션이 소멸했다. 이로 인해 대표 주관을 맡은 미래에셋대우는 물론, 공동 주관사로 참여한 유안타증권과 한화투자증권도 앞으로 풋백옵션 의무가 면제됐다.

당초 증권업계는 풋백옵션에 대한 부담으로 테슬라 상장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주가가 급락하면 주관사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슬라 상장 1호 사례가 나온 이후 갑자기 해당 의무를 대폭 완화해주면서 특정 회사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또한, 무분별한 상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났다.

공동 주관사에까지 풋백옵션을 면제해 준 점에도 불만은 속출했다. 사실상 대표 주관사가 공모가 산정 등 대부분의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상장에 선뜻 나서는 곳이 없으니 증권사에 당근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풋백옵션 자체가 발행사와 관련된 위험을 피하고자 만들어진 것이지 주관사에 관련된 위험을 헤지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의도는 알겠으나 이해하기는 힘든 규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이미 미래에셋대우, 유안타증권 등은 카페24라는 테슬라 상장 트랙 레코드를 가지고 활발하게 영업에 나서고 있다"며 "이들 증권사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다른 증권사는 마음이 급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증권사가 풋백옵션 면제를 노리고 쉬운 딜을 하나 주관해 상장 사례를 만들고 테슬라 영업을 하려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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