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최정우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 통개발 계획에 이 지역 부동산이 들썩거리고 있지만, 여의도를 떠난 증권사들은 오히려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조금 늦게 팔았다면 수익이 더 났을 수도 있겠지만, 적절한 시점에 잘 팔고 나왔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6년 사옥을 신영증권에 800억원에 팔고 명동으로 옮긴 대신증권은 지난 1분기 기준 54억1천405만원의 임대 수익을 냈다.

이는 주요 증권사 임대 수익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미래에셋대우도 여의도에서 을지로로 사옥을 옮기면서 투자 성적이 괜찮은 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부동산 펀드인 맵스리얼티1이 2010년 을지로 센터원 빌딩(현 미래에셋센터원)을 매입한 후 입주해 임차료를 내고 있지만 매년 펀드에서 5% 이상의 배당을 받고 있다.

빌딩 가격도 9천억원대에서 지금은 1조2천억~1조3천억원 수준으로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에 있는 미래에셋대우 사옥 역시 건물의 일부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에 임대하고 있다.

이번 분기말과 전기말 기준으로 각각 157억3천3백만원과 170억7천7백만원의 근저당권과 39억8천9백만원(전기:39억8천9백만원)의 전세권이 설정된 상태다.

2004년에 여의도 사옥을 팔고 을지로로 옮긴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 역시 임대수익이 올 1분기 기준 8억8천25만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청계천 인근 '시그니처타워'로 이전을 추진하는 등 사옥 매각 이슈가 있었지만, 현재까지 을지로 사옥을 사용하고 있다.

이와 달리 여의도내에 빌딩을 보유하고 있는 다른 증권사들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는 신축 빌딩의 각종 할인 혜택에 기존 증권사 빌딩에 들어있던 세입자 증권사들이 이동하고 있어서다.

유화증권 건물은 KB증권이 교원공제회 빌딩으로 이동하면서 공실이 생겼다.

여의도 파이낸스 빌딩(옛 동양증권 빌딩) 역시 10년간 세입자로 있던 현대차증권이 KB금융타워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공실이 됐다.

물론 여의도내에서도 임대 수익을 쏠쏠히 누리는 증권사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금융투자는 31억9천187만원의 임대수익를 올렸고, KB증권도 19억5천만원의 임대수익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의도에서 발을 뺀 증권사들은 도심권 이동으로 공실 공포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명동 대신파이낸스센터는 지하부터 지상까지 거의 공실 없이 사용중이다.

미래에셋센터원 역시 90% 이상 임대차 계약이 이뤄져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의도는 공실률이 높은데 또 건물을 지어 개발한다고 하니 그걸 채우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증권사들이 이전한 을지로 부근도 정비가 된 상태라 오히려 제때 잘 팔고 나온 셈"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여의도에 증권사들이 몰려있던 이유는 주요 기관투자자와 생명보험사 등이 가까이 있었기 때문인데 지금은 굳이 여의도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여의도내 과도한 오피스빌딩 공급에 따른 임대난 우려는 박원순 시장의 통개발 계획에 더욱 심해졌다.

서울지역 오피스 공실률을 보더라도 여의도 공실률은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의 김형근 대체투자 부동산 연구원은 전일 보고서에서 국내 오피스 시장 공실률이 강남권 7%를 제외하면 도심권은 10.7%, 여의도권은 11.1%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여의도권은 파크원, KB신사옥, 우체국 빌딩 등에 이어 옛 MBC사옥, 광복회관, KBS신관, 나이스그룹 신사옥, 빌딩8 등의 신축, 재건축, 리모델링이 예정돼 있다"며 "프라임급 신규 오피스의 대규모 공급으로 2020년 공실률이 약 17%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가격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건물주 입장에서 임대료를 낮추는 대신 5년 임대에 3년 프리로 2년만 임대료를 받는다"며 "그렇게 해도 다른 곳보다 비싼 경우도 많고, 새 건물의 경우 임차인을 들이기 위해 각종 혜택을 줘 증권사들의 이전에 따른 공실도 자주 생긴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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