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황윤정 기자 =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재난급 폭염이 이어지면서 금융투자업계의 사무실 풍경도 바뀌고 있다.

이번 달만 한시적으로 재택근무를 허용한 자산운용사가 있고, 더위에 지친 직원들에게 시원한 과일 컵을 돌린 증권사 임원도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자산운용은 최근 직원들에게 이번 달 동안 한시적으로 재택근무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폭염이 너무 심하기 때문으로,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집에서 근무해도 된다는 내용이다.

존리 메리츠운용 대표는 평소 업계에서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메리츠운용 관계자는 "폭염이 심하기 때문에 이번 달부터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것"이라며 "다만,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파트도 있기 때문에 모든 직원이 다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더위에 지친 직원들에게 시원한 과일컵을 선물한 증권사 임원도 있다.

N 증권사 한 사업부 대표는 소속 사업부 직원들 약 100여 명에게 수박과 토마토 등이 들어있는 과일 컵을 하나씩 돌렸다.

더위에 지친 직원들에게 시원한 과일을 먹으며 잠시 숨 돌리라는 배려에서다.

해가 져도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지속하면서 관행처럼 이뤄지던 야근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달부터 퇴근 시간에 자동으로 컴퓨터가 꺼지는 PC 오프 제도를 도입한 증권사가 많아 이런 변화는 더욱 두드러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PC가 꺼지면서 에어컨도 같이 꺼지기 때문이다.

N 증권사 관계자는 "PC오프제 등으로 오후 7시가 되면 에어컨까지 함께 꺼져 야근할 수 없는 구조"라며 "많은 직원이 더위를 피해 아침 6~7시에 나와 미처 못다 한 업무를 처리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S 증권사 관계자는 "에어컨을 켠다고 해도 시설이 노후화됐고, 사무실이 과밀해 실내온도가 29~30도여서 일부 직원들은 대야를 가져와 얼음물에 발을 넣고 있기도 한다"며 "무더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부처도 예외는 아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열대야를 피해 야근을 지양하라고 권고했다. 이 덕분에 일이 많기로 유명한 금융위 직원들도 평상시보다 이른 오후 6시 반에 퇴근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더위 때문에 일찍 퇴근할 수 있게 됐다"며 "익명 게시판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찬양하는 댓글과 글들이 줄줄이 달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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