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황윤정 기자 = 터키 리라화 환율이 폭등하면서 터키채권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위험 채권을 적극적으로 판매한 증권사에도 도의적인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리테일 망을 통해 터키채권 판매에 나섰고 약 160억원 규모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로 은행채인 유럽투자은행이 발행한 리라화 채권이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3월 '러브멕(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투자를 내세우며 신흥국 투자에 우호적인 전망을 보였다. 터키 채권 투자 역시 같은 맥락에서 틈새 상품으로 꼽혔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연초만 하더라도 이머징 마켓은 금리가 높고, 외환시장에서 통화의 절하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는 판단에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과의 무역갈등과 내부의 정치적 변수 등이 신흥국의 환율을 뒤흔들었다. 미국이 터키와 러시아 등을 대상으로 경제 제재에 나서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터키중앙은행이 지난 2분기 기준금리를 500bp(1bp=0.01%) 인상하며 채권 손실에 대한 우려감도 높아졌다. 이에 터키채권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가 촉발됐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손실 우려도 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들어 터키채권 수익률이 마이너스(-) 50%를 하회할 것으로 추정했다.

NH투자증권은 과거 디폴트 위험이 커진 베네수엘라 채권 판매에도 적극적이었다. 큰 손 개인투자자들의 요청으로 중개한 베네수엘라 채권 규모만 60억원 수준이었다.

높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해외채권 판매에 열을 올리며, 일각에서는 투자자 보호에 미흡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위험 신흥국 채권의 경우 최소 투자금액이 높아 고액자산가들 중심으로 수요가 높다"며 "중개 수수료도 0.2~0.3%로 상대적으로 높아서 증권사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초고위험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손실 가능성은 어느 정도 염두에 둔 상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NH투자증권은 2~3개월 전 고유자산으로 투자한 터키채권에 대해선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손절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리테일 중개에 더해 고유자산 투자에도 나서며 한때 NH투자증권의 터키채 보유 규모가 100억원을 훌쩍 넘었지만, 손절을 통해 현재는 잔고가 10억원 내외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환 헤지가 완료된 상태라 회사의 추가적인 손실 우려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다른 관계자는 "열악한 터키의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중앙은행의 대책이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움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 우려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므로 당분간 채권에는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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