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터키 정부가 경제정책의 혼선과 미국의 무역제재 등으로 금융위기를 겪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옵션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라고 미국 CNN머니가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CNN머니는 터키 정부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외부에서 구제금융을 들여오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면서도 옵션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CNN머니에 따르면 가장 최근 부채위기를 겪은 그리스와 다르게 터키는 유럽연합(EU)의 회원국이 아니며 유로화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이는 남유럽 위기 당시 공격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며 불안감을 누그러뜨렸던 유럽중앙은행(ECB)과 북유럽 선진국의 조력을 얻을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고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미국에 손을 벌리는 것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터키 정부가 미국계 목사를 구금한 채 석방하지 않은 탓에 미국 정부가 터키산 수입품에 대대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면서 지금과 같은 '환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 카타르 등 '반미 전선' 국가들의 자금 지원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떠한 외부 지원이든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CNN머니는 지적했다.

독일계 투자은행 베렌버그의 크라스텐 헤세 이코노미스트는 "몇몇 국가가 터키에 자금을 지원하는 그림을 상상할 수 있다"며 "그들은 꽤 저렴한 가격으로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터키 정부가 해외 구제금융을 들여오는 것 외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유일한 정책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기준금리 인상에 반대하고 있지만, 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선 명확하게 밝힌 바가 없다.

헤세 이코노미스트는 "터키 중앙은행이 13일에 발표한 추가 조치는 정원 호스로 산불을 막겠다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기준금리를 최대 10%포인트까지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아직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금융위기가 계속된다면 그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관계 복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보다 IMF의 구제금융을 더 피하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헤세 이코노미스트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피하고자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IMF는 구제금융을 지원할 때 빡빡한 긴축 계획을 요구할 것인데 그럴 경우 그는 정치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은 마음가짐을 바꾸지 않으리라고 본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유턴하기 전까진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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