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투자한 미국기업이 北 관심 보일 것

南美 합작사로 진출 권고…北 세계화 앞당길 것

 

 

(워싱턴=연합인포맥스) 특별취재반 = 북한은 정말 매력적인 시장일까.

북한이 추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글로벌 국가로 도약한다는 점을 가정하면 미국기업은 과연 북한에 투자할 의향이 있을까. 그렇다면 어떤 점이 글로벌 기업의 눈길을 끌 수 있을까.

지난 22일(현지시간) 만난 태미 오버비(Tami Overby) 맥라티 어소시에이츠(McLarty Associates) 선임 고문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많은 미국기업과 북한투자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버비 고문은 지난 2009년까지 21년 동안 한국에서 근무한 미국 내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인물이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대표, 미국상공회의소 부회장을 거쳐 올해부터 빌 클린턴 정부 비서실장이었던 토머스 맥라티가 세운 맥라티 어소시에이츠에서 근무하고 있다.

오버비 고문의 말 대로라면 미국기업은 이미 북한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셈이다.

다만, 현시점에서 북한투자를 거론하는 것은 "큰 위험 요소가 있다"며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

아직은 미국기업 입장에서 북한은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 측면에서 부족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이 대표적이다. 지난 정권에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자 개성공단은 폐쇄됐다. 그곳에서 사업을 꾸리던 국내 기업은 손 쓸 방도가 없었다.

오버비 고문은 "70년 동안 유지된 미국과 북한 관계를 생각하면 (미국의 북한투자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다시금 강조하며 "(투자를 희망한다면) 북한 정권 스스로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의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치적 안정감이 확보된다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오버비 고문은 "코카콜라나 스타벅스, 맥도날드와 같은 브랜드는 미개척시장인 북한에 진입을 원할 것"이라며 "미국의 선도적인 서비스 산업은 북한에서 기회를 엿볼 것"이라고 했다.

왜 그럴까. 오버비 고문은 북한이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은 지리적으로 전략적 요충지에 있고, 인구만 2천500만명이 넘는다"면서 "많은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오버비 고문은 더 나아가 상상력을 요구했다.

그는 "남북한의 관계가 개선돼 부산부터 유럽을 잇는 철도가 생긴다고 가정하자"면서 "냉전 시대 동독과 서독처럼 철길 요금도 받을 수 있는 흥미로운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오버비 고문은 한국과 미국이 합작사 형태로 북한시장에 진출하면 성공 가능성에 커진다고 예상했다.

 


한국이 언어, 지리적 접근성 측면에서 유사하다는 점이 첫 번째다. 아울러 한국기업과 미국기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합작사를 설립해 성공한 사례가 많다.

상호 신뢰가 깊은 두 국가의 기업이 힘을 합친다면 성공적이라는 게 오버비 고문의 생각이다. 오버비 고문은 북한에 투자할 가능성이 큰 기업도 이미 한국에 큰 투자를 해본 경험이 있는 곳으로 지목했다.

오버비 고문은 "한국기업이 북한에 진출할 때 미국기업과 함께한다면 미국 정부에서 북한과 관계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수 있어 좋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이 외환위기에 처했을 때 미국기업의 투자로 이른 시일 내 극복했던 것처럼, 한국기업이 미국기업과 함께한다면 미국 정부가 긍정적으로 북한의 글로벌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버비 고문은 대화 내내 한국의 역할론에 대해서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북한을 이야기할 때 한국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한국은 세계 무대에서 북한의 발전과정에 대한 믿음직스러운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오버비 고문은 문 대통령의 노력을 치켜세웠다. 그는 "북미 정상 간의 긴장 완화와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훌륭하게 했다"며 "김 위원장을 세계 무대로 나올 수 있도록 만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칭찬하고 싶다"고 했다.

오버비 고문은 "남북과 미국의 정상이 평화와 안정이라는 궁극적으로 같은 목표로 협력해 한반도 비핵화와 생활 수준의 개선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평화는 좋은 비즈니스"라고 강조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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