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황윤정 기자 = 국내 증권사들이 리테일 고객에게 판매한 터키채권 물량이 기존 예상보다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어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터키 금융불안이 완전히 잠잠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손실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터키채권 250억원을 중개한 데 이어 올해에도 활발하게 중개에 나섰다.

NH투자증권도 160억원가량의 터키채권을 중개해 최근 2년 새 주요 증권사가 중개한 터키채권 물량만 1천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증권사에서 중개한 물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신한금융투자가 10억원 내외를 중개한 것으로 알려졌고, 미래에셋대우가 1억원을 중개했다.

터키채권은 초고위험, 초고수익 상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증권사가 자체 북으로 담아서 셀다운(총액 인수 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중개만 하는 방식으로 판매됐다.

그러나 터키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고, 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 투자자들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업계에서는 환 손실을 포함해 투자자 수익률이 마이너스(-) 50%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환 손실을 포함한 터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연초 이후 마이너스(-) 50% 가까이 추락했다.

프랑스 아문디자산운용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운용하는 터키채권 관련 펀드의 수익률도 연초 대비 수익률이 -30%를 하회했다.

업계에서는 터키 금융불안 해소 가능성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아직 터키채권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지 않은 경우가 많아,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재 터키에 지원 의사를 밝힌 국가는 카타르와 러시아, 이란, 중국"이라며 "터키의 단기외채가 1천222억달러에 달한다는 점에서 부채상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면 중국 등에서 추가적인 지원 및 투자유치가 요구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터키가 2018~2019년 채무불이행에 따른 국가부도를 맞게 되면 경기침체로 전환, 추가적인 리라화 약세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상황 악화 및 뱅크런 등 금융시장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고객의 요청이 있어 지난해 터키채권 판매를 검토한 바 있으나, 상품 라인업에는 올리지 않았다"면서도 "추가 손실 위험에 노출됐기 때문에 위기가 번질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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