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기자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성장이 안정적인 위치까지 올라왔으며 국제매입 프로그램은 오는 12월 말에 그만두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현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시호카 모디 프린스턴 대학 국제 경제정책 교수는 29일(현지시간) 마켓워치 오피니언 란을 통해 유로존 경기 성장이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은 여전이 걱정될 만큼 낮아 ECB의 국채매입 프로그램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ECB가 정치적인 제약들 받고 있어 유로존 경제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 유로존 국채매입 프로그램은 실패… 경제 둔화 속도 과소평가



드라기 총재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유로 지역 경제는 광범위한 확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율도 점진적으로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에는 유로존 경제성장이 탄탄했다가 올해 초 약해졌으나, 이는 일시적일 뿐이라고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모디 교수는 2017년의 경우 중국 정부당국이 경제부양을 위해 힘쓰면서 국제무역이 5.5%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유럽 경제도 이 국제 무역에 기대 일시적으로 평소보다 좋은 경제성장을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부터 중국이 금융리스크를 우려해 국내 경제부양책을 되돌리면서, 국제무역은 3.5% 수준으로 둔화됐고, 유로존 경제성장도 이와 함께 둔화됐다고 모디 교수는 설명했다.

모디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ECB가 유로지역 경제 둔화 속도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2월, ECB는 유로존 GDP가 올해 2.3%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금은 2.0%까지 하향조정됐다.

모디 교수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유로존 일부 지역은 몇 달 안에 경기 침체 위험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ECB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가진 기대감은 경제성장률에 대해 가지는 기대감보다 더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국채 매입 프로그램에도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여전히 연 1%대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ECB는 인플레이션이 곧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 "ECB, 연준과 달리 반쪽짜리 해결책에다 한발 늦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융위기가 터지자 재빨리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리고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진 지 3개월만인 2008년 12월부터 국채매입을 시작했으며, 2014년 10월까지 약 6년간 국채매입을 지속해왔다.

반면 ECB는 2013년 중반 디플레이션 기조가 자리를 잡고 난 지 한참 지난 2015년 1월에서야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들고나왔다.

모디 교수는 ECB의 국채매입 규모는 연준보다 컸지만, ECB의 목표는 불분명했다면서, 드라기 총재는 2017년 10월에 이미 국채매입 프로그램 종료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ECB가 목표를 달성하기도 전에 프로그램을 종료하려고 한다고 경고했다.

모디 교수는 ECB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경기둔화 대응에 있어 항상 한발 느릴 뿐 아니라 반쪽짜리 해결책을 들고나온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정책 차이로 인해 지난 3년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지수는 미국의 긴축기조 속에서도 50% 가까이 뛰었지만, 유로스톡스지수는 ECB의 완화기조 속에서도 9%밖에 오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ECB의 늦은 대응이 일본은행(BOJ)과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모디 교수는 BOJ 국채매입은 엔화 가치라도 떨어뜨려 일본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ECB 국채매입은 달러 대비 유로 가치도 떨어뜨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스페인· 포르투갈, 유로존 새로운 위험으로 떠올라



모디 교수는 ECB의 경우 거버넌스 특성으로 인해 국가별 분쟁에 따른 정치적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로존 국가의 국채를 계속 매입하다가 멈출 경우 금리가 오르고 그에 따라 국채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모디 교수는 금리가 많이 인상될 국가의 국채로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을 꼽았다.

반면 독일 국채 금리는 아주 조금만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모디 교수는 경제적 반응이 국가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도 결국 정치적 긴장감을 고조시킬 것이라면서, 국가의 이익이 서로 다르다는 점은 유로존의 아킬레스건과 같다고 경고했다.

jw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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