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유럽 금융규제인 '금융상품투자지침2(Mifid II)'의 여파로 주식 중개를 주로 하는 외국계증권사 한국 지점의 자본금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투자회사인 CGS-CIMB증권은 한국지점 결손금을 보전하기 위해 본점에서 자본금을 수혈했다.

이 회사는 지난 9월 28일 홍콩 본점으로부터 50만 미 달러(5억5천270만원)의 영업기금을 추가로 도입해 원화로 환전했다. 변경 후 자본금은 142억8천만원이다.

이 증권사는 지난해 30억원, 올해 상반기에 2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월 단위로 자본금을 채워 넣으면서 자본금 변동 보고만 6회째 공시됐다.

최근 손실이 발생한 이유는 유럽계 금융규제인 'Mifid II' 때문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이 규제로 투자은행과 증권사는 자산운용사에 청구하는 거래 수수료에서 리서치 관련 수수료를 따로 책정해야 한다.

중개 업무만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리서치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수수료가 줄어들게 된다. 종전의 수수료에 포함돼 있던 리서치 비용을 따로 빼서 계산해야 하니 그만큼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는 셈이다.

수익이 줄면서 유지 자본금이 일정 비율 이상 줄어들게 되자 본점에서 비용을 충당하는 경우가 생겼다.

종합금융회사는 최소 자본금이 500억원 이상이며 위탁매매와 자기매매를 동시에 하는 증권사는 자본금이 3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이 자본금은 7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Mifid II 규제가 적용되면서 리서치 보고서를 따로 제공하지 않고, 중개만 하는 증권사는 수수료에서 리서치 관련 비용을 제외하게 돼 수익이 줄었다"며 "일시적으로 유지 자본금에서 결손이 발생하면서 본점으로부터 영업기금을 충당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주식 중개 업무만 주로 하는 외국계 증권사는 앞으로 수익을 내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봤다.

국내 증권사 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익이 적어진데다 규제 여파에 자본금까지 위협받게 됐기 때문이다.

주가지수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거래량마저 줄어들면 수수료 수익은 더욱 쪼그라든다.

올해 상반기 외국계증권사의 서울지점 수익은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도이치증권은 6억원, HSBC증권은 5억원의 순이익에 그쳐 지난해 상반기보다 80% 이상 순이익이 급감했다.

여기서 적자로 전환하거나 수익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본점으로부터 영업비용을 수혈하는 횟수가 잦아지면 지점 유지의 실익이 없어진다.

지점의 철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국계 증권사 국내지점은 규제에 발맞춘 생존 전략을 모색 중이다. 영업 분야를 확대하거나 새로운 고객군을 발굴하는 수밖에 없다.

증권사 관계자는 "유럽 규제의 영향은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차차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리서치 수수료를 따로 부과하는 클라이언트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