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은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ECB는 4일(유럽시간)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열린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레피(Refi)' 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0.75%로 동결했다.

오버나이트 예금금리는 0.00%로, 오버나이트 대출금리는 1.50%로 유지됐다. 이는 시장의 예상과 일치하는 결과다.

ECB는 지난달에 내놓은 새로운 국채 매입 계획 'OMT(outright monetary transaction)'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지켜보면서 한박자 쉬어가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OMT는 기존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인 'SMP(Securities Market Program)'를 대체하는 프로그램으로 1~3년 만기의 단기 국채를 유통시장에서 무제한으로 매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다만 OMT를 사용하는 회원국은 ECB가 제시한 엄격한 조건을 따라야 한다.

OMT가 발표되자 재정 부실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크게 하락하는 등 시장이 안정을 되찾는 듯했으나 이 프로그램의 효율성이 여전히 안갯속이어서 이내 변동성이 부활했고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할지에 관한 의구심도 커졌다.

지난 한 달간 나온 경제지표도 유로존 경제가 뚜렷하게 나빠진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아 ECB에 금리를 변경할 명분을 부여하지 못했다. 유로존 경제는 3분기에 침체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나 인플레이션도 여전히 높다.

브느와 쾨레 ECB 집행이사는 지난주 경제 및 물가 지표가 10월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에발트 노보트니 오스트리아 중앙은행장도 같은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ECB는 다만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다.

전문가들은 ECB가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발표하는 12월에 기준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잠시 후 열릴 기자회견에서 OMT 발표 이후 통화 정책을 변경하는 대신 재정 측면에서 행동에 나서라며 회원국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드라기 총재가 스페인의 전면적 구제금융에 대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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