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스페인이 약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투자자와 이웃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이 애타게 기다릴수록 스페인은 구제금융을 신청하지 않고 최대한 버텨서 최선의 결과를 내겠다는 태세다.

독일이 구제금융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누그러뜨렸고 국제통화기금(IMF)도 긴축만 강요하는 자세에서 돌아서 스페인이 더 배짱 있게 행동할 여지가 마련됐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하지 않고 'Baa3'로 유지한 것 역시 국채 금리 인하와 함께 스페인에 여유를 제공했다.

호세 가르시아 몬탈보 전 하버드대학 교수는 "스페인은 상황이 나빠질수록 독일과 협상할 구제금융 조건을 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구제금융 요청을 미루고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스페인과 유럽연합(EU) 모두에서 스페인의 구제금융에 대한 반대 여론이 누그러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스페인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만큼 비판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독일 의원들 사이에서 독일이 스페인 구제금융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기도 했다.

독일에서 구제금융에 대한 저항이 완화하면서 구제금융 모멘텀이 커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스페인은 유럽안정화기구(ESM)에 여신 한도(크레디트 라인)를 설정하는 방법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 긴축을 이행해야 하는 공식 구제금융을 피하면서 유동성을 수혈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스페인이 조만간 여신 한도를 설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독일이 결국 국내 여론을 의식해 스페인에 유화적인 태도를 유지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스페인이 '독일의 우려가 스페인의 지원 요청을 막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독일은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원한다는 뜻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스페인 정부가 중앙은행에 국채 금리를 특정 수준 밑으로 관리하도록 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유럽중앙은행(ECB)도 스페인의 계획에 회의적이다.

전날인 16일에 단기물 발행을 성황리에 마친 스페인은 18일에 3년, 4년, 10년물 국채 발행에 나선다.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스페인의 구제금융을 기대하며 매수에 나설지 주목된다. 또 18일에 시작되는 EU 정상회의에서 스페인 구제금융과 관련한 어떤 결론이 나올지도 세간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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