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삼성·롯데 등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회사를 관리·감독하기 위한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다만 아직 입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집중위험(비금융 계열사 출자)에 관한 평가·감독은 당장 시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대기업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13일 미래에셋에 대한 현장점검을 끝으로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의 이행 실태 점검을 마무리한다. 금감원은 지난 8월 롯데를 시작으로 9월 현대차·DB, 10월 삼성·한화·교보, 11월 미래에셋 등의 일정으로 7개 금융그룹을 들여다봤다.

금감원은 지금까지 파악한 점검 내용과 금융그룹 위험관리실태 평가 초안에 관한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12월 최종안을 발표하고 내년 1월부터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둔 대기업집단의 동반 부실 위험을 막고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내년 도입될 제도다. 금융자산 5조 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이 적용 대상이다.

복합금융그룹은 그룹 내 대표회사를 중심으로 통합위험관리를 시행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자본 적정성과 추가 필요자본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집중위험과 전이위험을 평가하겠단 방침이었다.

다만 아직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집중위험 평가 항목은 최종안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집중위험은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출자, 대주주와의 거래, 산업·지역별 위험 노출액 등 금융그룹의 금융위험이 특정 분야에 과도하게 집중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집중위험 평가의 경우 논란이 많은 만큼 법 시행 이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집중위험이 반영되면 삼성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자본비율(적격자본/필요자본)은 현재 330% 수준이지만, 집중위험을 반영해 자본비율을 시뮬레이션하면 110%대로 급락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자본 적정성 비율 기준선은 100%다.

전이위험 평가는 최종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전이위험은 계열사의 부실이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재무 상태를 악화시키는지를 나타내는 항목으로, 2013년 동양증권 사태 같은 금융그룹 동반 부실의 재발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회에서의 법률 통과 불발로 규제 이행의 강제 수단이나 위반 시 행정 제재는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규준 위반 시 제재와 실질적인 자본 부과가 가능하다"며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강제력 없는 모범규준 상태로 시범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은 대체로 우려하며 빠른 법 제정을 촉구하는 분위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률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실시된다면 그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ygju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