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우성문 통신원 =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부 지원을 받는 싱크탱크 압둘라 석유 리서치 센터(Kapsarc)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해체 시 시장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연구에 나선다고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싱크탱크는 OPEC이 해체될 경우 두 가지 시나리오에 대해 분석할 예정이다.

첫번째는 사우디를 포함한 원유 생산국들이 서로 경쟁하며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싸우는 경우다.

두 번째는 사우디가 거대한 원유 생산량을 지렛대로 사용해 세계 수요와 공급 균형을 맞추며 원유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두 번째의 경우 사우디는 현재 OPEC이 하는 역할과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된다.

사우디 정부 고문 두 명은 매주 연구원들과 만나 이와 관련한 자료를 공유할 예정이다.

OPEC이 원유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사건으로 투자자들은 사우디에 거리를 두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고 WSJ은 전했다.

아담 시에민스키 싱크탱크 회장은 이번 연구가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촉발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가 최근 사우디의 선임 정부 관계자 사이에서 OPEC에 대한 재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원유 수요가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경우에 대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한 사우디 정부 고문은 "원유 수요가 급격히 떨어져 OPEC이 흔들리고 해체될 경우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연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몇십 년간 사우디와 다른 OPEC 회원국들은 세계 경제에 OPEC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OPEC이 원유 가격을 조작한다는 비판은 항상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미국 정책당국자들은 OPEC을 불법 카르텔로 규정하는 법안을 마련할 방법을 찾기도 했다.

NOPEC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제안 법안이 실제로 채택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법안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방안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한 사우디 선임 고문은 "사우디는 원유 수요가 영원히 지속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알고 있어 OPEC을 뛰어넘는 생각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다른 고문은 "현재 사우디에서 OPEC 해체와 관련된 논쟁은 전혀 벌어지고 있지 않지만, 장기적 OPEC의 존재 이유 등과 관련해서는 선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러시아가 사우디와 긴밀한 협상을 이어가면서 OPEC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이 커지고 있다.

이미 다른 OPEC 회원국들은 사우디와 러시아의 긴밀한 관계에 대해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WSJ은 미국의 이란 제재로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며 OPEC 관련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sm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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