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국제 유가가 3년래 최대 낙폭인 하루 7% 이상 폭락한 것은 초과 공급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2월물 가격은 전장보다 7.1% 하락한 55.69달러로 마감해 2015년 9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브렌트유 가격도 6.6% 하락한 배럴당 65.47달러에 마감했다. WTI는 지난주 이미 약세장에 진입했고, 브렌트유는 이날 약세장에 들어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에 따르면 이날 유가 하락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보고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산 경고 트윗 등으로 원유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기 때문이다.







<WTI 가격, 연간 흐름>



◇ 초과 공급 우려…OPEC 수요 둔화 경고

유가가 하락한 것은 OPEC의 월간 보고서가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를 부추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OPEC은 이날 월간 보고서에서 10월 회원국의 산유량이 12만7천 배럴 증가해 하루 평균 3천290만 배럴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생산량이 15만6천 배럴 줄었지만, UAE와 사우디 등 다른 국가의 산유량이 증가하면서 이를 상쇄했다.

그동안 유가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도 8개 국가에 대한 한시적 제재 면제 조치로 하락 압력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발표된 OPEC의 보고서는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를 부추긴 셈이다.

내년 전망은 더욱 어둡다.

OPEC은 내년 회원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223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달 예상한 수치보다 12만 배럴 더 늘어난 것이다.

공급은 늘어나는 데 수요 전망은 악화하고 있다.

OPEC은 내년 수요 전망치를 하향했다. OPEC이 전망치를 하향한 것은 4개월째 연속이다.

OPEC은 내년 전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129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달 예상치에서 7만 배럴 가량 낮춘 것이다. 지난 7월에 전망한 내년 예상치는 145만 배럴이었다.

OPEC은 원유시장이 현재는 균형점에 도달했으나, 내년도 공급 증가 전망이 수요 증가 전망을 웃돌아 시장의 공급 과잉이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래디션 에너지의 유진 맥길리언 부사장은 "기본적으로 6주 전에는 더 공급이 타이트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제는 공급 과잉을 예상하고 있다"라며 여기에 "수요는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 트윗…OPEC 감산 불확실성 증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산 경고 트윗도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바라건대, 사우디와 OPEC은 원유 생산을 줄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가는 공급을 기반으로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우디의 원유 감산 시사에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음을 언급한 것으로 OPEC 회원국들의 감산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 주말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은 국제석유산업전시회(ADIPEC)에 참석해 산유량을 하루 100만 배럴가량 감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알-팔리 장관은 사우디는 이와 별도로 12월부터 산유량을 50만 배럴가량 더 줄이겠다고 말했다.

알-팔리 장관의 발언이 있은 지 몇 시간 뒤 트럼프의 트윗이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 시장에서부터 유가는 1% 이상의 하락세를 보였다.

중간선거 이후에도 유가 안정에 대한 트럼프의 압박이 지속한 것에 투자자들이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븐스 리포트의 타일러 릭키 공동 편집자는 WSJ에 "정치가 여전히 작동 중이다"라며 "OPEC의 감산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약세장에서의 또 다른 표식"이라고 말했다.



◇ 강달러·주가 하락에 위험자산 매도

최근 주가 폭락 등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진 것도 유가 하락에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클리퍼데이터의 매스 스미스는 "유가에 부담이 되는 강달러가 나타나고 있고, 주가가 최근 하락하면서 원자재에 대한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달러지수는 최근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2월 저점 대비로는 10%가량 상승했다. 달러가 오르면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 가격을 비싸게 만들어 수요를 억제한다.

CNBC는 최근 주가 매도세로 유가가 취약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원유 선물 가격이 올해 최고치를 경신하고 1주일 뒤 S&P500지수에 상장된 종목의 3분의 2가량이 고점 대비 10% 하락하며 조정 영역에 들어섰다.

이에 따라 주식을 포함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크게 줄어들었다.

유가와 주가는 통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진 않지만, 지난달 주식시장 매도세 이후 상관관계가 커졌다는 게 CNBC의 분석이다.







<달러지수, 연간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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