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내년 서울외환시장은 전반적인 원화 약세로 돌아갈 것이라고 봅니다. 내외 금리차 확대에도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을 따라가진 못할 겁니다"

A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는 20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달러-원 환율 상단을 1,200원까지 올리면서 원화 약세 기조를 예상했다.

달러-원의 한해 변동폭은 1,080~1,200원으로 전망했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나온 점도표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기준금리를 두 차례 정도 하더라도 국내 기준금리 인상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내외 금리차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이 딜러는 "우리나라는 내년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도 올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내외 금리차 이슈와 최근 증시에서의 외국인 순매수가 상당히 상당히 줄어 원화가 약세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기 둔화 우려 속에 내년 우리나라 증시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올해 주요 리스크온 재료였던 남북 관계 또한 불확실성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코스피가 내년에도 2,000선 위에서 유지될지 잘 모르겠다"며 "예전엔 주가가 조정받으면 외국인 순매수 수요가 다시 들어왔는데 요즘은 잘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여전히 주목되는 '테일 리스크로는' 하드 브렉시트와 이탈리아 재정위기 등을 꼽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 등 미국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해선 미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한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 딜러는 "올해 남북 지정학적 리스크가 많이 해소되면서 정상회담도 진행됐으나 내년엔 실질적인 성과가 나와야 할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이 언제가 될지 불확실한 데다 비핵화 측면에서도 북한이 실제로 조치를 취한 게 없어 내년에는 남북 지정학적 우려가 재차 높아지면서 원화 약세 재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변수는 역내 수급이다. 1,130~1,150원 선에서 확인된 두터운 달러 매물벽이 강한 저항선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또 올해 금융시장의 주요 불안 재료였던 미중 무역 갈등이 해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잘 봉합될 경우 달러-위안(CNH) 환율이 하락하면서 달러-원도 일시적으로 1,100원을 하향 이탈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이 딜러는 "1,130~1,150원에서 두터운 매물벽이 형성되면서 잘 뚫지 못했다"며 "미중 무역 협상이 아무래도 유예 기간이 있어서 올해는 리스크오프 재료였으나 내년엔 리스크온 쪽 재료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특별히 주목할 통화로는 달러-위안(CNH) 환율보다는 호주달러-달러 환율과 엔-원 재정환율을 꼽았다.

중국 자본시장이 부분 개방인 만큼 역내외 환율 차이가 있는데다 자본시장 구조도 우리와 달라 달러-원 움직임과 똑같이 움직일 것이라 보긴 어렵다는 이유다.

이 딜러는 끝으로 "호주달러 움직임과 원화가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또 엔-원 재정환율이 올해처럼 안정적으로 움직였던 해가 많지 않았다. 주로 1,000원 근처에서 등락했는데 이를 기준으로 롱과 숏 포지션 찬스가 되기에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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