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년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유가 하향 안정화 기조를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이런 행보는 미국의 원유 증산으로 이어지고, 셰일 가스라는 무기를 가진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 우선 정책에서도 영향력을 줄여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42달러까지 추락한 후 현재 50달러 전후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3일 76달러선을 돌파했던 유가가 단기간에 급락한 셈이다.

유가 하락은 글로벌 경기둔화와 원유 수요 둔화 우려, 미국 생산 호조세 등 수급 요인이 주로 작용했다. 특히, 유가 하향 안정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의지가 완화됐고, 미국 증산은 꾸준히 진행되며 급락 장세가 전개됐다.

최근 들어서는 글로벌 증시 부진과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폐쇄),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해임 검토 등 비수급적 요인이 투매를 촉발했다.

전반적인 유가 하락에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외교 정책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시리아에서 미군을 적절한 속도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천천히'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미군 철수 및 감축은 다른 중동 국가에도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동에서 러시아나 이란에 맞선 미국의 역할이 계속해서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중동 정세 개입을 줄이려는 트럼프 정부의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셰일 가스가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미국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1천153만 배럴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되면서 중동 정세 불안에 크게 관여할 필요성도 떨어졌다.

이런 기조는 국제유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의 오버슈팅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유가 안정은 필요하고, 이에 따라 1년 내내 증산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OPEC 회원국의 경우 유가가 60달러 아래에 머물 경우 적극적인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실제 OPEC의 실질적인 리더인 사우디아라비아는 1월부터 시행할 감산 규모를 늘리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지난해 6월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원유 생산량 감소를 예측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증산에 나섰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가장 큰 고객 국가들에 제재를 예외해주며 원유 공급 과잉 사태가 발생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이 합의한 양보다 더 큰 규모의 감산을 단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과 OPEC의 줄다리기 속에 유가가 크게 출렁이기는 쉽지 않은 구조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양 측의 힘 겨루기에서 미국이 결국 승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OPEC 국가들은 시장 점유율 저하 등의 우려로 감산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미국의 증산을 저해할 요소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기관 우드 매킨지의 안 루이지에 히틀 부대표는 "OPEC이 올해 감산하겠지만, 감산 속도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양 측은 올해 원유 생산 제한에 합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올해 유가는 상고하저의 흐름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주요 투자은행 가운데 WTI의 연말 전망치를 가장 높게 본 기관은 69달러를 예상한 BNP파리바이고, 소시에테제네럴과 JP모건은 각각 66달러와 66.4달러를 추정했다.

바클레이즈와 UBS는 각각 65달러와 63달러를 제시했다.

씨티그룹은 WTI 49달러를 예측하며 가장 보수적인 관점을 드러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각각 55달러와 59달러를 전망치로 내놓았다.

씨티그룹은 "OPEC의 공급 제한이 미국 원유 증산을 더욱 독려할 것이고, 이는 분명히 추가적인 매도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주요 기관 WTI 전망치>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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