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작년 말부터 수익률 곡선이 평탄해지는 등 운용환경이 악화하자 채권시장 '큰손'인 보험사가 '크레디트 바벨 전략'을 주목하고 있다.

크레디트 바벨은 구간별로 단기와 장기 구간을 사들이는 바벨과 회사채를 의미하는 크레디트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단기는 절대금리가 높은 회사채를 사들이고, 장기는 신용위험이 작은 국고채나 공사채 등으로 채우는 전략을 일컫는다.

22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일 국고채 3년물과 1년물의 민평금리(3사 기준) 차이는 5.3bp를 기록했다.

작년 11월 18bp 넘게 벌어졌던 두 금리 격차는 3년 금리가 빠른 속도로 내려 좁혀졌다.

커브 평탄화가 진행되자 보험사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당장 '발등의 불'인 듀레이션 갭을 메워야 하는 상황에서 조달금리 대비 운용금리가 낮아지는 역마진 우려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2022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보험개발원과 DB금융투자에 따르면 2017년 말 보험사의 자산 듀레이션은 8년으로 추정된다. 최소 12년에서 16년도 웃돌 수 있는 부채 듀레이션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크레디트 바벨 전략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지난주 기재부와 10여개 보험사 관계자가 모인 장기투자자 협의회에서 보험사 관계자들은 크레디트 바벨 전략을 펼 수밖에 없는 운용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한정된 재원으로 자산 듀레이션을 늘려야 하는 데다 수익률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므로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종연 IBK연금보험 증권운용부장은 "조달금리보다 높은 보유 이원을 가져가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금리 수준이 내려서 쉽지 않다"며 "그렇다고 듀레이션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장기채를 안 살 수도 없으니 전략이 양 끝단으로 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부장은 "일례로 30년물짜리를 200개 사는 대신 50년물을 100개 사서 듀레이션을 늘리고, 나머지 100개는 절대금리가 높은 크레디트물로 채우는 방식이다"며 "이렇게 하면 보유 이원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장기투자자 협의회에서 보험사들은 연초 50년물 발행을 애초 계획보다 늘려달라고 강하게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크레디트 바벨 전략이 부각된 배경으로 꼽힌다.

고금리 회사채와 정부채의 투자 수익률은 음의 상관관계를 가져 위험 관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격변기에는 회사채의 가격이 크게 내릴 수 있지만, 장기 국공채 가격이 올라 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 반대로 경제 성장세가 빨라지는 국면에서는 고금리 회사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정부채 수익률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보험사가 만기보유증권은 초장기로 채우고, 퇴직 계정같이 수익률이 중요한 곳은 단기 회사채를 매수할 유인이 크다"며 "커브가 너무 눌려 있어서 국고채를 살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미 국채 10년물(녹색)과 고금리 회사채(보라색) 투자 수익률 비교, 출처:얼라인번스타인>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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