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금융감독원의 '키코(KIKO) 사건' 재조사가 올해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애초 이달 중 마무리하기로 했던 재조사가 여전히 안갯속에 있어서다.

6일 금감원에 따르면 키코 사건은 이달 19일로 예정된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상정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외부 자문위원들이 지난달 완성한 법률 답변서를 아직 검토하는 단계다. 금감원은 재조사 내용과 법률 답변서를 바탕으로 분쟁조정 결정서를 작성해 분조위에 키코 사건을 상정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살펴볼 내용이 너무 많아 재조사가 늦어지고 있다"며 "4월 분조위에도 키코 재조사 결과를 올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시작한 키코 재조사가 계속해서 늦어지면서 키코 피해기업 측은 애가 타고 있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금감원은 애초 작년 연말 재조사를 완료한다고 했다가, 이어 올해 2월까지는 끝내겠다고 말을 바꿨다"며 "일정이 계속해서 늦어지면서 여론의 관심도 식고 있어 키코 피해기업들은 참담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키코 공대위 측과 금감원의 시각차가 커 재조사가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키코 공대위 측은 은행의 키코 상품 판매는 '사기 사건'으로 규정해야 한다며 피해기업이 은행으로부터 100% 피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금감원은 사기 여부에 대한 조사는 금감원 권한 밖인 형사 사안으로 상품 판매 과정에서 은행원의 설명 부족 등 불완전판매 여부에 조사를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키코에 대한 2013년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시각이 갈린다. 당시 대법원은 은행의 키코 판매가 불공정 거래 행위가 아니라면서도 불완전판매 혐의에는 일부 배상 책임을 물었다.

키코 공대위 측은 당시 대법원 판결이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판결을 거래한 '사법 농단'의 결과물이라며 키코 사건을 백지상태에서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금감원은 은행이 기업 피해액의 약 30%를 배상하도록 한 최고 사법기관의 기존 판결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오르내릴 경우 기업이 미리 정한 가격에 따라 외화를 은행에 되팔아 기업과 은행이 환율 변동 위험을 상쇄할 수 있도록 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다만 이 환율이 미리 정한 상한선 이상으로 오를 경우 기업은 손해를 보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폭등하면서 당시 키코에 가입했던 919개 중소기업은 수조 원 규모의 피해를 봤다.

이 가운데 2013년 법원의 판결을 받지 않은 기업은 760개사에 달한다. 금감원은 올해 상반기 4개 기업에 대한 분조위 결정이 나오면 이를 토대로 다른 기업에 대한 처리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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