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현대자동차가 일부 중국공장을 가동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앞으로 방향에 대해 이목이 집중된다.

◇ 베이징현대 중국판매 30%↓…가동률 50% 하회

8일 현대차에 따르면 베이징현대는 생산 효율화를 위해 가장 노후화된 1공장을 가동중단 우선 검토 대상에 올렸다.

이는 베이징현대의 현지판매 부진에 따른 낮은 가동률이 주범으로 지목됐다.

지난 2002년 10월 현대차와 베이징시가 합작 설립한 베이징현대(BHMC)는 이듬해 EF소나타와 아반떼를 합쳐 총 5만2천128대의 차량을 팔았다.

이어 지난 2005년 20만대, 2009년 50만대, 2010년 70만대를 돌파하는 등 판매는 꾸준히 우상향을 그렸다. 베이징현대는 출범한 지 11년 되는 2013년에 판매가 100만대를 넘어섰고, 2016년엔 114만2천16대로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베이징현대의 실적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있던 지난 2017년부터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당시 판매는 78만5천여대로 전년 대비 30% 이상 급감하며 현지 진출했던 완성차 업체 가운데 실적이 가장 크게 악화했다.

작년에는 79만여대로 판매가 답보했고, 올해 1월에는 3만2천634대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판매가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지난 10여년 사이 5공장까지 이뤄진 신설 및 증설도 가동률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중국공장 가동률을 현재 40~50%대로 보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그간의 설비증설로 2012년 107%였던 베이징현대의 공장가동률은 올해 50.9%에 불과할 것"이라며 "낮은 가동률로 인해 베이징현대의 올해 당기순이익은 1천600억원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 "판매회복 난망…가동중단 나을 수도"

업계 및 전문가들은 베이징현대의 판매실적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적으로 자동차경기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빠르게 진행되던 중국 자동차시장의 성장 또한 정체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봉균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2019년 산업전망'에서 "중국 자동차시장은 2018년 들어 처음으로 역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내수시장 성장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는 점 등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가 현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역량 강화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9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 자동차산업이 질적 성장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현대·기아차는 중국시장에서 경쟁 지위가 약화되며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며 "중국 자동차업체의 연구개발 투자가 국내 기업을 추월했다"고 진단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중국 내 브랜드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고, 중국 현지 수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것도 문제"라며 "현지에서 선호되는 SUV 라인업이 부족했고, 고급화나 전기차 전략도 다소 미진했다"고 언급했다.

현대차의 중국공장 가동중단 논의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실적 회복을 위해 중국공장 가동중단 결정을 내리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강성진 연구원은 "베이징1공장 가동중단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검토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며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베이징1공장이 5월부터 가동을 중단할 경우 베이징현대 가동률은 기존 예상보다 7%포인트(p)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의 중장기 자동차 마진 목표(2019년 4%, 2022년 7%)는 상품성 개선만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며 "중국공장 구조조정은 합리적인 선택으로, 공식적으로 확인된다면 중장기 손익에 긍정적이다"고 전망했다.





<연도별 베이징현대(BHMC) 판매 추이, 자료:현대차>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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