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신용카드사 수수료율 전쟁이 자동차와 이동통신, 유통 등의 대형가맹점을 넘어 의료계까지 번질 조짐을 보인다. 대형 병원에서도 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감당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지만, 금융당국이 카드사 쪽에 힘을 실어주면서 의료계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대한병원협회에 카드사 수수료율 인상에 대한 병원 측 민원이 잇따라 접수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 대부분은 카드사들이 정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수수료율을 인상했고 이에 대한 병원 측의 이의신청을 거부했다는 내용이었다.

카드 수수료율 개편 방안은 지난 1월 말 통지돼 한 달간의 유예기간 동안 이의신청을 받은 뒤 3월 1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연 매출 30억 원 이하의 개인 병원은 우대수수료 적용 대상에 새롭게 포함돼 혜택을 입게 됐지만,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 등 대규모 의료기관의 수수료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상 조정률은 최대 2.3%까지 달했고 평균 2%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적자에 시달리는 병원들이 많아 이 같은 카드 수수료 추가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기관에서도 카드 수수료율을 낮춰달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공공성 높은 보건의료 분야의 특성을 고려해 의료기관을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용카드가맹점 우대수수료 업종으로 지정하고 카드 수수료율을 낮춰야 한다는 논리다.

공공재 역할을 하는 의료기관에 백화점이나 마트 등과 동일한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대한병원협회는 지난해 두 차례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에 의료기관에 우대수수료를 적용해달라는 건의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병원들이 우대수수료 업종에 포함될 여지가 낮다는 입장이다. 우대 수수료율의 입법 취지가 능력에 비해 과한 수수료 부담을 지는 가맹점주들을 보호해주기 위한 것인 만큼 제도 적용 대상은 어디까지나 영세·중소가맹점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병원에만 예외를 둘 경우 타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병원이 우대수수료 적용 대상인 영세·중소 사업자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며 "병원에만 예외를 두고 새로운 수수료 정책을 펼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지난해에도 카드 수수료 개편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대한병원협회가 전국 종합병원 23곳·병원 14곳·요양병원 2곳 등 의료기관 5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신용카드 수수료율 개편에 따라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의 수수료율은 각각 평균 0.09%포인트, 0.13%포인트를 올랐다. 이에 따라 종합병원은 매년 평균 3천400만 원 많아진 5억3천만 원, 상급종합병원은 1억4천700만 원 늘어난 19억6천만 원을 추가로 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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