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 대기업 총수를 검찰에 직접 고발하는 강수를 뒀다.

향후 재벌 총수일가에 대한 이익 몰아주기 방식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조사는 물론 강력한 제재 수위를 적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 일가의 개인 회사에 부당하게 이익을 몰아둔 대림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림그룹 총수인 이해욱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대기업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한 것은 관련 법령이 시행된 이후 다섯번째다.

하지만 사업기회 제공을 통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에 제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거래법(제23조2의 제1항 제2호)은 '공시대상 기업집단인 회사는 특수관계인 지분이 일정 비율 이상인 계열사가 맡으면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림그룹 계열사인 대림산업과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은 총수일가 지분이 100%였던 에이플러스디(APD)에 사업기회를 제공하고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수익사업 다변화를 위해 호텔사업 진출을 추진하면서 자체 브랜드인 글래드(GLAD)를 개발하고 APD에 브랜드를 출원·등록하게 했다.

APD는 2010년에 설립된 부동산 개발업체로 이해욱 회장과 장남인 이동훈 씨가 각각 지분 55%와 45%를 보유했다. 사실상 총수 일가 부자가 100%의 지분을 가진 개인 회사다.

대림산업은 여의도에 글래드 브랜드를 활용해 호텔을 지었고, 이 호텔을 임차해 운영하는 오라관광은 APD와 브랜드 사용계약을 맺고 매달 브랜드 수수료를 지급했다.

APD는 호텔브랜드만 갖고 있을 뿐 호텔운영 경험이 없고 브랜드 인프라도 갖춰져 있지 않은데도 메리어트, 힐튼 등 유명 호텔프랜차이즈 사업자와 유사한 수준으로 수수료를 매겼다.

APD는 호텔 운영에 필요한 기준인 브랜드 스탠다드와 브랜드 사용권을 제공하는 대가로 브랜드 사용료를 받기로 했지만, 단독으로 브랜드 스탠다드를 구축할 능력이 없었고 대부분 오라관광이 대신 구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APD는 오라관광에 아무런 브랜드 마케팅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마케팅분담금을 받았다.

수수료 협의 과정은 거래 당사자들이 아닌 대림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공정위는 '이례적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그룹내 계열사들이 동원돼 총수 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킨 셈이다.

지난 2106년 1월부터 작년 7월까지 APD가 받은 브랜드 수수료는 31억원에 달했다. APD가 2026년 9월가지 받기로 한 수수료만도 약 253억원에 이른다.

APD는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글래드 브랜드 자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받았는데 1차는 100억원, 2차는 69억원이었다.

이러한 브랜드 자산가치 상승으로 APD는 무형의 이익도 얻었다는 게 공정위의 지적이다.

이는 곧 이해욱 회장 부자의 지분가치로 연결되는 만큼 이에 따른 경제적 이익도 만만치 않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일가 개인 회사에 유망한 사업기회를 제공하고, 계열사들이 해당 회사와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질 경우 각각의 행위가 모두 위법행위임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가치평가가 어려운 무형자산인 브랜드의 특성을 이용해 브랜드 사용거래를 총수일가 사익편취 수단에 동원한 사례를 적발해 제재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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