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중소ㆍ중견기업을 상속하는 기업인은 최대 20년까지 세금을 분납할 수 있게 됐다. 상속자가 상속세에 부담을 느끼고 기업을 매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가업상속 공제 혜택을 받은 매출 3천억원 미만의 중소ㆍ중견기업의 사후관리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해주기로 했다. 고용을 유지하고 자산처분ㆍ업종 전환이 가능한 시점을 3년 앞당겨준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가업상속 지원 세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 매출 1조 중견기업도 상속세 최대 20년 분납 가능해져

지금까지 상속세를 최장 20년 연납이 가능한 기업은 가업상속 공제요건을 만족하는 매출 3천억원 미만의 중소ㆍ중견기업이었다. 매출 3천억원 이상의 중소ㆍ중견기업은 그간 5년에 나눠 내야 했다.

이번 개편안으로 매출액에 상관없이 가업상속 공제요건을 충족하는 모든 중소ㆍ중견기업이 최장 20년에 걸쳐서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게 됐다.

구체적으로 상속 재산 가운데 가업상속분의 비중이 50% 미만일 경우 최장 10년 분납해야 할 수 있다. 50% 이상일 경우에는 20년 나눠 내면 된다. 또 50% 미만이면 3년 거치하고 7년 분납, 50% 이상이면 5년 거치 후 15년 분납도 선택이 가능하다.

상속 기업이 상장사일 경우 시가로 계산해 전체 상속분 가운데 비중을 산정한다. 비상장사일 경우에는 순자산가액과 순손익액 등으로 기업가치(EV)를 추산한 뒤 비중을 정한다.

이를 통해 상속인이 상속세를 납부하고자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을 풀어준다는 게 기재부의 목표다. 물론, 납부 기간을 연장해주는 만큼 이자는 더해진다.

최대주주 또는 대표이사인 피상속인의 경영ㆍ지분(상장사 30%, 비상장사 50%) 보유 기간도 5년만 되면 연납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10년이었다.

상속인은 상속 전 2년 동안 가업 종사를 해야 했지만, 이번 개편안으로 관련 경험이 없어도 된다.

이번 조치를 통해 혜택을 받을 중소ㆍ중견기업은 3천억 이상 5천억 미만 282개, 5천억 이상 1조원 미만 172개, 1조원 이상 89개 등 총 543개일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비중은 전체 중소ㆍ중견기업 4천14개 가운데 13.5% 수준이다.

◇ 가업상속 공제시 사후관리 기간 10년→7년

매출 3천억원 미만의 중소ㆍ중견기업 상속 시 정부의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을 경우 사후관리 기간은 기존 10년에서 7년으로 줄어든다.

상속 시 공제 혜택을 받았다면 최소한 10년은 같은 업종으로 경영하고, 고용도 유지하고, 자산도 매각하지 못한다는 게 기존 제도였다. 이제는 관련 규제에서 벗어나는 시점이 3년 앞당겨진 것이다.

업종은 기간에 제한 없이 한국표준산업분류의 중분류 내에서 다른 업종으로 전환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제분업을 했던 회사라면 식료품 제조업(중분류) 내 다른 소분류인 제빵업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비알코올 음료 제조업자는 알코올음료 제조업으로 바꿀 수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중분류가 아닌 대분류 하에 업종 전환을 더욱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 제도는 '가업'을 그대로 상속해서 유지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근 재산세제과장도 "기본적으로 업에 대한 노하우를 지닌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완전히 풀어주면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사후관리 기간 중 20% 이상의 자산처분이 금지됐던 것도 바뀐다.

수용ㆍ사업장 이전 등에 따라 대체취득, 내용연수 경과 자산처분 등으로 자산처분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매각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업종 변경 등 경영상 필요에 따라 기존 설비를 처분하고 공제 혜택을 신규설비를 대체 취득하는 경우도 허가해준다.

고용유지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다.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은 중소기업은 매년 상속 당시 정규직 근로자의 80% 이상을 유지해야 했다. 기존 제도에 따르면 10년 동안은 100% 이상을 유지해야 했다. 기복은 있어도 결국은 10년 동안 정규직을 모두 끌고 가라는 의미였다. 중견기업의 120%로 오히려 고용을 늘려야 했다.

그러나 개정안에는 7년으로 축소된 가운데, 중견기업의 경우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120%에서 100%로 풀어주는 내용이 담겼다.

안정적인 고용유지는 가업상속 지원의 공제 혜택을 중요한 정책적 목적이나, 생산설비 자동화 등 기업환경을 고려할 때 기존 고용인원을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증원하는 것은 상당히 무거운 부담이라는 판단에서다.

◇ 탈세ㆍ회계부정은 가업상속공제 활용 불가

이와 같은 혜택은 조세포탈, 회계부정으로 형사처분을 받은 피상속인, 상속인은 사실상 활용할 수 없게 된다.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는 경우 다른 상속인보다 낮은 세금 부담으로 기업을 승계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불성실한 경영행위자에게 혜택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피상속인과 상속인은 상속 개시 10년 전부터 조세포탈과 회계부정에 따라 징역형 또는 '일정 규모의 탈세ㆍ회계부정' 벌금형을 받으면 사전에 가업상속 공제를 신청할 수 없다. 사후(7년까지)에 형사처분을 받으면 추징을 당하게 된다.

기재부는 가업상속공제의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가업상속공제는 매출 3천억원 미만의 중소ㆍ중견기업만 활용할 수 있는데, '3천억원 이상', '5천억원 미만' 등으로 혜택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공제 한도도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하면 200억원, 20년 이상 300억원, 30년 이상 500억원으로 기존 제도와 동일하다.

김 실장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그간 여러 번 밝혔듯 매출액과 공제 한도 기준 변경은 현재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오는 9월 세법개정안에 반영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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