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한 금융통화위원이 제로금리 하한(Zero Lower Bound, ZLB) 고착 위험을 들며 저물가에 대한 통화정책 대응을 촉구해 눈길을 끈다.

글로벌 통화완화 분위기가 무르익은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앞당기는 논거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21일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A)은 지난달 말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에서 낮은 인플레이션에 잠재된 여러 위험 가운데 최근 유동성 함정 및 ZLB 고착 위험이 최근 크게 부각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ZLB는 단기 명목금리가 제로(0) 수준으로 낮게 유지되는 가운데서도 통화정책이 경기 부양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ZLB를 경험한 주요 국가 중 탈출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이 유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진단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나왔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들어 0%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5월에도 전년 대비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한참 밑돈다.

A 위원은 "ZLB는 이론적으로 명목 기준금리가 실질 중립금리와 기대인플레이션율의 합보다 높은 상황을 말한다"며 "실질 중립금리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낮을수록 ZLB 에 진입할 위험이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은 대규모의 부정적 실물충격이 ZLB 진입으로 연결될 위험을 높이므로 경계해야 한다"며 "기준금리 조정 여지가 제한된 상황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을 유지하기 위해 확고한 정책목표 및 정책 의지 제시, 투명한 소통 도구 개발, 유사시 활용 가능한 새로운 정책수단 개발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다른 위원(B)은 ZLB에 빠질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물가에 대응한 기준금리 인하 효과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했다.

B 위원은 "당행의 지난 통화정책을 돌이켜보면 비기축통화국으로서 ZLB보다 조금 높은 양(+)의 실효금리 하한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수행했다"며 "기준금리를 더 낮게 가져갔거나 선진국처럼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활용했다면 물가상승률이 높아져서 목표에 근접했을지, 가계부채나 금융 불균형 문제는 얼마나 더 심해졌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현재 물가 상황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C 금통위원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기대인플레이션 조사결과나 물가 인식을 기준으로 본다면 기대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을 큰 폭 하회하거나 지속해서 아래쪽을 향해 목표와 괴리가 커지는 상황은 아니라고 답했다.

다른 두 위원은 물가 흐름과 통화정책의 효과에 대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D 금통위원은 "최근 기조적 물가의 흐름과 통화정책 효과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제기되는 만큼 객관적인 관점에서 세부 주제별로 추가 논의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 금통위원은 "미국을 제외한 많은 국가가 ZLB에 계속 고착된 이유가 통화정책이 충분히 완화적이지 않기 때문인지 아니면 금융시스템 또는 제로금리정책 시행방식의 차이 등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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