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최근 은행권이 벤처캐피털(VC)로 새 옷을 갈아입고 있다. 유망한 혁신기업을 직접 발굴해 지분 투자를 늘리는 등 혁신기업에 마중물을 붓고 있어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4월 출범한 혁신금융추진위원회를 통해 100일 만에 100건이 넘는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에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퓨쳐스랩'을 포함해 새로 발굴된 스타트업에는 157억원의 직접 투자를 진행했다. 기존에 발굴된 기업의 스케일업을 위해 재투자한 금액까지 합치면 1천억원이 넘는 규모다. 혁신금융추진위원회가 지난 4월 출범한 지 100일만에 이뤄낸 압도적인 성과다.

지난 2015년 국내 금융권 최초로 퓨쳐스랩을 개소하며 스타트업 투자 시장을 선점했을 뿐 아니라 계열사 간 통합된 벤처투자 전문조직을 설립한 게 영향을 미쳤다.

신한캐피탈 총괄로 은행의 투자금융부, 금융투자의 프라이빗에쿼티부, 신한생명의 투자금융팀 등이 모인 창업벤처투자 커뮤니티다.

또 내부에서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과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등을 거치면서 직·간접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신한금융지주를 통해 이를 본격화한 데 따른 성과라는 분석도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 투자에는 우리은행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핀테크 업체 '핀다'에 1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진행했다.

지난 2018년 6월부터 시작한 혁신성장기업 공모를 통한 투자로, 현재까지 30개 기업에 약 280억원 규모의 투자가 진행됐다.

우리은행 지분투자의 가장 큰 특징은 업종별로 겹치지 않는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별로 구분하면 제조(인공지능 및 사물인터넷·장애인용 스마트기기 등 6개), 핀테크(4개), 반도체(3개), 소프트웨어(2개), 의료·바이오(2개), 서비스·유통(2개) 등으로 다양하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혁신기업 투자를 전담하는 '혁신성장금융팀'을 신설한 것이 이런 실적을 견인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40여명의 기술평가·산업분석 전문가로 구성된 '혁신성장센터'가 직접 혁신 기술을 평가하고 투자심사를 진행함으로써 우수한 스타트업을 발굴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처럼 은행권의 VC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데에는 스타트업 투자가 사회적 책임뿐 아니라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수익 이외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하는데, 스타트업 투자가 그 대안이 되고 있다"면서 "기업공개를 하는 등 규모가 커지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데다 성장한 기업을 은행의 새로운 고객으로 유치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직접 투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과 우리은행은 혁신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앞으로 5년간 1천억원 규모로 진행할 계획이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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