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우리나라의 낮은 소비자물가 흐름에 대해 지적하자 관련 정책과 통계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은행에 이어 통계청도 '발끈'하고 나섰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저물가는 농산물 기저효과, 국제유가 하락, 정책적 요인이 주요한 것"이라며 "모든 제품의 서비스나 제품의 (물가) 상승률이 낮다고 해서 수요 부진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KDI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최근 물가 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의 내용을 반박하는 주장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박사)은 "올해의 낮은 물가 상승률은 공급 충격보다는 수요 충격이 더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1~9월 물가 상승률은 지난 2013~2018년 평균인 1.3%보다 0.9%포인트 낮은 0.4%에 그쳤다.

KDI는 두 기간을 비교할 때 식료품 및 에너지는 0.2%포인트, 상품(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은 0.3%포인트, 서비스 0.4%포인트 하락했다고 근거로 들었다.

정 박사는 "공급 충격이 주도한 경우에는 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반대 방향으로, 수요 충격이 주도한 경우 같은 방향으로 각각 변동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한은이 가계부채 안정에 중점을 둬 '물가 안정'이라는 고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한은법에 있는 '한은은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때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는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두원 과장은 "KDI는 근원물가로 비교해서 수요부진을 원인이라고 하고 있다"면서 "외식 서비스 중에서 유일하게 하락하는 게 생선회인데, 이는 수요 부진이라기보다는 연어 수입 증가에 따른 대체, 양식업으로 생산량 확대 등 공급측 요인도 분명하게 존재한다"고 예를 들었다.

그는 "공업제품 물가하락의 주요 요인인 TV도 수요 부진이라기보다는 저비용의 신제품 생산으로 생산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인데, 그런 부분은 유념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온라인쇼핑몰이 발달한 데다 무상교육과 무상급식 등 정책적인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확산하고 생산기지의 해외이전, 정책 등 공급 측에서 가격을 낮추는 요인이 다양한 만큼 지금의 저물가를 '수요부진'으로 몰고 가는 건 어폐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한은도 KDI의 지적에 한마디 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지난달 31일 "많은 사람들이 통화정책에서 금융안정도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렇게 변화한 것이 위기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은 다소 이른 상황"이라며 "KDI의 주장이 현재 상황에서 이해되는 바는 없지 않지만, 통화정책을 그렇게만 운영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jwchoi@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0시 0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