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공모신탁은 장려하고 싶다고 발언한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되레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 위원장은 전일 중구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자영업자 금융지원 프로그램 이용자 간담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만약 신탁이 분리만 할 수 있다면 공모를 장려하고 싶다. 신탁 자체를 다 죽인 게 아니다"고 했다.

이번 발언은 파생결합펀드(DLF) 대책에서 은행권의 고난도 사모펀드·신탁을 판매 제한 조치가 지나치지 않냐는 지적에서 나왔다. 이번 대책으로 개인 투자자를 유치해 판매하는 개념의 신탁이 사모상품으로 해석되면서, 은행권이 주가연계신탁(ELT) 등의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공모형 주가연계증권(ELS)을 신탁형식으로 포장한 ELT 판매는 가능하게 해달라는 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할 계획이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ELT 등 신탁 상품의 판매 잔액은 40조원 규모다.

은 위원장도 은행권의 반향을 의식하고 '공모 식탁 장려'라는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신탁이 공모와 사모로 분리될 수 있다면, 공모형 신탁은 은행권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장려해주겠다는 심정이란 의미다.

그러나 정작 신탁은 펀드나 증권처럼 공모와 사모를 구분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은행은 여전히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공모형 ELS 등을 담는다고 하더라도 개인 투자자를 유치해 판매하는 형태인만큼 신탁은 사모형으로 구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탁은 공모와 사모로 구분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면서 "애초에 공모·사모 분리가 될 수 없으니 판매를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중으로 읽히기도 한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금융위와 은행 간 실무자급 회동도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 20일 시중은행과 외국계은행, 지방은행 등 14개 은행의 신탁사업부 및 WM사업부의 부장급들을 대상으로 DLF 대책을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회의에서는 큰 틀은 바꿀 수 없다고 한 만큼 여전히 공모형 ELS도 담지 못하는 것으로 이해했다"면서도 "시장 반향이 너무 큰 만큼 금융위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은행권으로부터 공모형을 담은 신탁 판매에 대한 건의를 받아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권이 금융위로부터 받은 공식 답변은 공모형을 담은 신탁 판매도 어렵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공모형 ELS를 펀드로 판매하는 주가연계펀드(ELF)는 판매가 가능한데 신탁만 안 된다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며 "이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하루빨리 나와야 은행들도 제대로 대응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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